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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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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Apr 07. 2019

지금은 나를 사랑할때다.

2019.3.27

장흥에서 맞는 네 번째 저녁이다. 서울은 초미세먼지가 극성이었다는데 오늘 이곳은 보통 수준이었다. 방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좀 시켰다. 이른 아침엔 봉우리져 있던 매화가(나중에 알고보니 복숭아 꽃이었다) 해가 들자 하나씩 몸을 열었다. 저렇게 피어나기 위해 언제부터 웅크려 있었던 걸까. 어쩌면 활짝 연 지금도 웅크리고 있던 때를 되새기며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매화를 좋아한다던 친구에게 꽃사진을 찍어 보냈다. 안하던 짓이다. 왜 안했는지는 생각해보니 이유를 알 수 없다. 이유없이 안하던 일이 왜 그리도 많았던 건지. 새삼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내게 묻고 있다. 목련 꽃잎이 떨어질 때쯤 매화가 핀다는 걸 알게되고, 매화가 필때쯤 라일락이(이것도 라일락이 아닌거 같다) 향기를 뿜으며 봉우리지는 것을 본다. (도시에서 태어난 일자무식이다.)


매화가 피어난다 한들, 라일락이 올라온다 한들 수선화는 마냥 만개하고 있다. 그대로 둬야 이토록 아름다운 존재들인것을. 도시는 왜 그리도 신경질적으로 모든 것에 손을 대는 것일까. 해가 지는데, 멀리서 지는 해가 오고 있는데 나는 툇마루에 앉아 멀뚱히 놓고 온 사람들을 생각한다. 이렇게나 가까이서 수많은 존재들이 움직거리는 데도 말이다.


숨 좀 쉬며 살고 싶다고 떠나올 땐 언제고 투정부리는 철부지처럼 여기서 또 다시 거기를 그리워하는 심보는 뭘까. 아냐, 그래도 혼자가 좋지. 얽매이지 않는 것도 좋고 누구도 감당하려 들지 않아서 좋다. 타고난 기질이 오만방자해서 꼴랑 찰나의 연민으로 존재를 떠안으려는 나에게 지쳤으니 지금이 좋다. 감당할 수 있는 일만 하자. 더 감당할 수 있을 때 그런 마음이 다시 생길 때 더 많이 사랑하자. 


지금은 나를 사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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