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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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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Apr 11. 2019

으아, 할머니 빡센데?

2019.4.11

퇴근하면 2:30이다. 3시에 딱 버스가 있는데 그게 집 앞까지 가는 버스다.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많이 서있으면 어느 게 우리 동네 가는 버스인지 아직 몰라서 버스 기사님이나 승객에게 물어봐야 한다.


대기 중인 버스에 타려다 할머니 한분에게 물었다. “이거 요곡 가요?” “응, 요곡 가는가? 왜 가는가?” 이사 왔다고 말하니 언제 왔는지 어디쯤 사는지 질문이 시작되었다. 어김없이 들어오는 질문 “누구랑 사는가?”


이사온지 얼마 안 되어서는 혼자 산다고 이야기하다가 주인아주머니가 자기를 이모라고 하고 이모랑 같이 산다고 말하라기에 그리 대답했다. “애는 몇이고?” 이 질문 안 들어올 리 없지 싶어 결혼은 안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성씨가 어딘가?” 어라.. 이런 질문은 처음이다. 성씨가 어디냐니.. 그게 왜 중요하지 싶다가 어르신들은 종종 사람에게도 혈통을 중요시하니까 그런가 보다 해서 내 성을 말씀드렸다.


그러더니 혼잣말을 중얼거리신다. “어디 누가 있던가. 누구 하나 있어야 좋은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신다. 으아, 잘한 짓인가 싶어 진다. 버스에서 내리고 마을회관까지 짐을 들어드리자 할머니의 말이 시작되었다.


“마을에 이사왔으믄 마을 사람들을 위헐 줄 알아야히. 한 식구같이 챙겨야지. 전에 살던 사람은 식구가 아녔어. 마을히관에 와서 심부름도 좀 해주고 그래야지. 잘 하것구만.”


뭔가 고생길이 보이는 것처럼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나는 대답 없이 묵묵히 짐을 들어드리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효. 할머니 빡세다. 면민의 날에 오란다. 싫은데..


아니, 근데 성씨는 왜 묻는감? 옛날분들은 개한테 그러듯이 사람 혈통도 따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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