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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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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Apr 12. 2019

이런 똥 같은 경우가.

2019.4.12

오늘도 일찍 일어났다. 아침부터 할일이 얿어 밭을 바라보다 종종종 올라온 새싹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게으름을 피우다 슬슬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 되어 씻었다. 깔끔하게 모닝 똥까지 마치고 변기 물을 내렸다. 그런데


으아 뭐야!

갑자기 화장실 하수구로 꿀렁꿀렁 똥물이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계속, 계속 올라온다. 변기 소리가 멈출 때까지. 황당해서 멍하니 하수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 이거 진짜 내 똥이야? 실화야?


똥물이 계속 고여있다. 일단 이것들이 화장실로 퍼져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일어나기 전에 수습을 해야 했다. 뚫어뻥을 사용해 힘껏 여러 번 눌렀다. 안 내려간다. 다시 여러 번 눌렀다. 야 도로 들어가지 않고 뭐하냐.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냐!


도무지 들어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출근 시간은 다가오고 에라 모르겠다 출근을 했다. 그렇게 네다섯 시간 뒤 돌아와 들여다본 하수구엔 다행히 물이 고여있진 않았다. 이때다 싶어 청소를 시작했더니 몇 번 물축임에 다시 하수구가 차 올랐다. 다시 뚫어뻥을 들었다.


또 여러 번 눌렀다. 흐흠? 낌새가 이상해 돌아본 옆에 있는 세탁기 하수구.. 이런 젠장. 세탁기를 놓지 않았던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건지 신문으로 막고 테이핑 한 그 하수구에서도 역류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 하수구에서 빠져나간 게 세탁기 하수구로 나와 장판 아래가 차박차박 했던 것. 장판을 들어보니 한강 똥물보다 더러운 액체들이 나름 웨이브를 타고 있었다. 주인 이모에게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다. 문제 많은 이 집에 문제 하나가 더 생겼다고.


화장실 변기 배수는 정화조와 연결해야 하고 하수도는 따로인데 함께 연결되어있어 따로 나누는 공사를 해야 할 것 같다. 하아. 이미 나는 순간온수기를 연결하면 전기가 내려가서 전기공사를 할 때까지 며칠간 샤워도 못했단 말입니다. 근데 잘 안 씻어도 냄새는 안나는 편이라 괜찮습니다만, 똥물은 좀 빨리 안될까요.


이건 백 프로 내 것이 확실하지만 똥을 눈 게 잘못은 아닐 진데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이런 내 똥 같은 경우가! 주말이다. 주말에 칼같이 일 안 하는 이 동네. 주말 동안 똥을 참든지, 마당 화장실을 쓰든지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똥, 방귀 이런 이야기 좋아한다지만 이건 너무 노골적이라 헛웃음도 안 나온다. 못 씻고, 똥물 넘치는 화장실을 가진 나. 하하하하 그래, 웃자 그냥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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