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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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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Apr 30. 2019

오랜 흐림이 지나고

2019.4.30

일주일이었나, 좀 넘었나 비가오다 흐리다 반복했던게. 드디어 새벽까지 내리던 비가 아침이 되서야 그쳤다. 마치 선그어놓고 봄 여름을 나누려는 듯 내일이면 5월인줄 아는걸까 더울거라 한다.


여름이면 상추며 청경채, 깻잎이 자라서 엄마와 동생에게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그 생각들 사이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나의 여름로망. 한때 열렬히, 지금은 가능하다면 실현되길 원하는 나의 로망이 떠오른다.


홍대에 살때 커피프린스를 계속 다시보기하면서 생긴 로망이다. ‘여름밤 놀이터에서 썸타는 사람과 통 아이스크림 퍼먹기’ 지금도 그걸 이루지못해서 여름만 되면 떠오르는 이 지긋지긋한 야망.


근데 지금의 현실은 예전보다 더더 어려워졌다. 일단 우리동네에는 놀이터 따위는 없고, 나는 비건이라 동네 슈퍼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은 안먹게 되었고, 썸은 커녕 쌈을 할 사람조차 없다는 것.


도시에 살 때는 세가지 중 한가지만 없었는데 이제 다 없다. 으아 가진건 다들 갖고 있는 여름뿐이다. 이제는 슬슬 오랜 흐림이 지나고 반짝반짝 해가 들때가 됐는데 이 구름을 내가 스스로 걷어야하는 건가...? 걷자 하면 걷어지는 구름인가...유?


이제 여름로망 잊고 여름 수확에나 신경쓰고 싶다. 나의 오랜 야망아, 넌 이제 가능성 없으니 어여 다른 곳으로 떠나주렴. 야망이 사라져야 좀 덜 흐리지 않겠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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