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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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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May 10. 2019

웃기는 기묘한 운명론

2019.5.9

내 패턴인가 싶다. 도시에서 살던 때와 비슷한 일들을 하려고 하거나 주변에서 일어난다. 그러면 나는 거기에 휩쓸릴지 말지를 고민한다. 오늘은 평소 만들어먹던 비건생크림을 일주일 한번 열리는 마을가게에서 처음 팔았다. 14000원을 벌었는데 이 돈을 받는게 왜이리 걱정스러운걸까. 도시에서도 그렇게 뭘 만들어 내놓고 팔아왔는데 다르게 살려고 했더니 여기서 또 하고 있네 싶다가도 뭐 사람사는데가 다 비슷하고 이렇게 서로서로 품앗이 하는거지 뭐 싶다.


여기도 변화해야 할 일은 많고, 그 문제를 발견하고 의견을 내는 사람이 일을 전부 도맡아야 하는 도시와 크게 다르지않은 사회운동환경이다. 관심사가 사회문제라서 문제들이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해왔던 일이라 관심갖는 것일까. 오늘 종일 새로사귄 친구들과 즐겁게 보내다가 돌아가는 길 마음이 뒤숭숭했다. 이런 스스로를 문제로 여긴다기보다 뭔가 내가 헤아릴 수없는 기묘한 운명같은게 있는 건가 싶다.


집에 돌아와 내일 안산으로 갈 채비를 해야하는 시간에 멍때리며 기르고 있는 무순을 바라보고 있다. 녀석 넌 참 빨리 자라는 구나. 내가 집을 3일이나 비울 예정인데 그때까지 네가 죽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시간이 다르게 자라는 느낌이 드는 무순을보며 그만큼 내 세월도 가고 있구나 생각한다. 그리고 그 세월동안 무럭무럭 자라지는 않은 것 같아 아쉬워하기도 한다.


두번째 담근 열무김치 익는 냄새가 왜 냉장고를 뚫고 거실까지 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고, 방금 감은 머리는 왜 자꾸 간지러운지 알 수가 없고, 만들고 있는 레인보우굿즈는 어떻게 해도 근사해지지 않는 건지 알 수가 없고, 널 죽이고 싶지 않다고 자꾸 말하는데도 죽일듯이 달려드는 파리는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고, 알 수 없는 것들을 굳이 알 수 없다고 말하면서 알 수 없어 하는지 알 수가 없고 큭큭큭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인 이 순간이 재미가 있어서 알 수 없는 상태가 재밌는 상태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다가 우스워져서 또 큭큭큭 웃고 있다. 내일은 일을 끝내고 바로 안산으로 갈 예정이다. 오랜만에 보는 엄마라서가 아니라 어제 통화하다 요즘 엄마의 변화가 좀 멋있다고 생각해서 기대되는 엄마와의 대화에 신이 난다.


알 수 없는 기묘한 운명따위 그냥 웃어버리는게 좋겠다고 달을 보며 끄덕끄덕 웃었다. 아직 밤바람 춥다.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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