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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May 25. 2019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을까

2019.5.25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월세가 너무 비싸서 집을 빼야겠다고 말했더니 주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시골에서 도시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이야기하는 동안 한숨이 푹푹 나오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확고한 태도와 대화를 피하는 행동에 나는 그냥 또 한번 손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생돈 백만원을 날렸다. 친구들에게 바보로 낙인찍혔다. 일하는 카페에서도 그만둬달라고 했다. 카페에서는 처음보다 더 많은 시간 일해주길 바랬고 나는 그걸 거절했으니 사장도 방법이 없었을거다. 다시 새 직장을 구하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집은 구했지만 직장은 아직이다. 눈여겨봐둔 곳이 있으니 이력서를 넣을 생각이다. 오늘은 종일 집에서 짐을 정리하고 내일 있을 공연연습을 했다. 우쿨렐레를 연주하면서 작곡을 하고 있는데 코드 몇개만 알고 있어도 작곡이 이렇게 쉬울 수 있구나. 벌써 노래도 세개나 더 만들었다. 능숙해지면 근사한 멜로디나 연주도 뽑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부쩍 기다려지는 연락이 있다.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면서 계속 생각하고 있다.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모를 수도 있으니 힌트를 줄까하다가 이제는 정말 마냥 기다려야 할 시간이라고 스스로를 진정시킨다. 이러다가 뜬금없이 화가 나기도 하는데 허공에 대고 막 소리를 지른다. “아니이! 친구이기라도 했으면 뭔 대답이 있을거 아니겠냐고오! 나만 친구로 느꼈던 거라는 뜻이야?! 아우씨 지만 힘들면 다야?! 힘들어 죽겠는데 내 하고 싶은말을 일방적으로 했다고 시위하냐고 지금! 진짜 친구로도 안남을 생각인거냐!! 우씨!!” 그리고나서는 “하긴, 많이 힘든거 같았으니까. 내가 야속할만도 하지..” 하며 우울모드로 접어든다.


가만히 생각하면 서운한 마음이 큰데 또 가만히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도 크다. 오늘을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자메시지를 뒤적였다. 2017년부터 주고받은 문자들은 참 별내용이 없다. 정말 1도 설렘포인트가 없단말이다. 딱 답이 나오는데 왜 그렇게 좋아했냐고 자문한다. 마음이라는게 문자로 생기는게 아니라고 자답한다. 또 그러고는 껄껄 웃는다. 혼잣말을 재밌어하면서.


힘들때 기댈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건 아닐까. 너무 힘들다고 죽어버리는 건 아닐까. 온갖 상상으로 괴롭기도 하다.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을까 생각하며 그 글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이때는 이 글을 어떤 마음으로 썼을지 떠올리면서. 오랜 짝사랑을 끝내기 위해 쓴 글이라기엔 그리움과 아쉬움, 일말의 희망이 잔뜩 묻어있는 아주 곤란한 글. 처음엔 이 감정이 흥미로워서 시작했지만 결국에 편지가 되어버린 이 황당한 글. 그날 내게 무슨일이 있었을까. 무슨 바람이 불었던 걸까. 대체 어떤 용기로 그 글을 보낸걸까.


그립고, 이야기하고 싶다.

보고싶고, 곁에 있어주고 싶다.

만나기 전에는 이 감정이 우정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을거 같다. 아이고 길다 이 기다림. 길다 길어. 나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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