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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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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Jun 19. 2019

집에 대해서 생각했다

2019.6.19

문득 내가 이곳에 얼마나 머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집에 오래 머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까지 내가 머물러 온 집들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어느 한 집에 오래 머문적이 없었다.


처음 부모님과 사는 집을 떠나 첫 독립을 했던 집이 6개월, 그 후 서울로 가서 처음 얻은 집이 고시원, 그곳에서 8-9개월 살았을까. 그 다음 1년 조금 넘는 시간동안 홍대에서 집을 3번이나 옮겼다. 그리고 변산.


변산에서도 2년간 집을 4번을 옮겼으니 각각 오래머물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부모님 집에서 지내다 이곳 장흥. 새삼 그렇게 많이 옮겨다녔다는 사실에 놀랍기도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왜 그렇게 옮겨다녀야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한 뒤에는 곧이어 습관처럼 ‘나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진다. 그동안은 어딘가에 머물고 싶지 않다고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그게 맞을까. 머물 수 없었던 건 아닐까. 머물다보면 또 어떤 예기치않은 불안이 내게 생겨나게 될까?


호기심에 떠돌고 싶었던 시기는 첫 독립과 첫 서울 살이가 전부였던 것 같다. 그 이후에는 줄곧 도망이었다. 머물던 곳에서 도망가고 싶었던 그때의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괜찬은 걸까?


이사온지 어느덧 2주가 지나고 있다. 새벽공기가 아직은 찬 초여름. 여기저기 손 봐야 할 곳이 많은 이 집에 나는 얼마나 머물게 될까. 좀 더 애정을 줘야 머물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찬공기를 가만히 맞고 있다.


고요하고 차분한 이 시간, 자책이 더 심해지기 전에 자야겠다. 벌써 3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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