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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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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Jun 22. 2019

빨간 달이 떴고,

2019.6.21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사는데 느닷없이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럴때 나는 정말이지 나를 어쩔 줄 모른다. 그런 마음을 어떻게 잘 넘어갔을때는 한동안 그런기분이 들지 않다가 무엇으로도 잊어버리지 못했을 땐 몇날며칠이고 계속 그런 상태가 되어버린다.


왜 그럴때마다 내 기분과 닮은 노래들을 찾아 듣는지 모르겠다. 그리움이나 우울감이 복잡하게 섞인 이 기분을 증폭시킬 뿐인데도 나는 자꾸 그 기분 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이럴 때는 누군가 뒷떨미를 잡고 푱 나를 꺼내주면 좋겠다 싶지만 그때마다 누구도 만나러가지 않기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책이 읽히지도 않고, 영화가 당기지도 않고 마냥 담배만 피워대는 이 시간이 길어지면 폐암으로 죽어버리진 않을까. 떠오르는 사람도 있고, 떠오르는 기억도 있지만 연락할 순 없고 연락해봐야 할말도 없고 그저 그냥 그렇게 있다. 충동적이고 비이성적인 사건을 만들어내지 않아 온 이 인생이 이럴땐 재미없고 가엽다.


그렇게 자기연민에 빠져 있다보면 피식피식 우스워지기도 하고, 핑계와 변명이 난무하는 삶이었단 생각에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정말이지 복잡미묘, 중구난방의 시간이다. 오늘 밤의 달은 빨간색이었고, 담배를 사러 다녀온 밤 드라이브는 혼자하기에 매우 아쉬웠고, 이 기분을 증폭시키던 노래를 듣다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 계속 머리를 맴돌고 있다.


“기다렸는데..” 누구를, 뭘 기다렸는지 알 것도 같도 모르고 싶기도 한 이 마음. “그래도 계속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마무리한 그 혼잣말에 담긴 깊은 진심에 혀가 내둘릴 지경이다. 빨간 달을 찍어놓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쉬운 밤. 마음이 이끌리는 것이 정답이겠지라던 친구의 말.


이끌리는 것은 그때 잡아야하는 것 같다던 나의 대답과 곧이어 이끌리는 모든 것을 곁에 가져다 놓았다면 나는 이 그리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겠지하는 생각. 복잡한 이 생각들이 A4 두장짜리 인생안에 꼭꼭 담겨있는 것을 보니 지금의 사사로움은 오롯이 지금 이 순간의 몫이라는 결말. 느낌이 버거울 때는 그저 느끼고 있으면 되는 거라는 위안.


무슨 말인지, 무슨 생각인지, 무슨 기분인지를 꼭 지금 다 알필요는 없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지금의 이 복잡함은 언젠가 내가 할 선택들에 꾹꾹 눌러담겨 반영되겠지. 내가 지금을 몰라도 나중에 나는, 지금을 지금보다 더 잘 알거야. 느끼자 그냥 느껴버리자. 느끼다보면 알게된다.


근데 왜 우리집에서는 빨간 달이 안보이는 거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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