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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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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Jun 22. 2019

오랜 짝사랑이 끝났다.

2019.6.15

오랜 짝사랑이 끝났다. 아니, 오랜 기다림을 끝냈다는 말이 맞으려나. 아무렴 어떤가. 다시 시작하기 위한 끝냄은 다소 즐겁다.


어쩌면 짝사랑이라는 것, 나에게 마음이 보내는 생존신고 같은 걸까. 너도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그러니 기억에 갇혀 삶을 건조시키고 있지 말라는.


이번 사랑의 끝은 미움도, 눈물도, 아쉬움도 없다. 친구가 말했다. “정말 끝이란게 있구나” 그래, 끝이 정말 있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내가 이 짝사랑으로 얻은 것은 오직 나 뿐이다. 나의 감정, 그 감정이 불러오는 행동과 상황, 그리움과 미련이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내 모습, 나를 벗어난 진짜 나의 모습.


기억속에 짝사랑을 하던 나의 모습은 수줍고, 황당하고, 용감하고, 자신감이 사라진 귀여운 나 뿐이다. ‘귀여운 나’라..하하하


7년, 그렇게 사랑했냐고 물으면 조금 복잡해서 강렬했다고 대답할 것이고, 감히 이와 똑같은 마음은 다신 생겨나지 않을거라고 말할 것 같다.


전혀 솔직하지 못하지만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태어날 때부터 운명처럼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엄벌같은게 있다고 믿는 것 같은 사람.


가엽고 가여운 것이 나와 닮은 사람. 많이 사랑했고, 여전히 아끼고 있으며, 기대지 않아서 더 기대라고 말하게 되는 사람.


혹독한 삶을 잘 알아서 불평하지 않고 버티는 사람. 그런 사람을 사랑해서 좋았고, 그런 사람에게 차이고도 슬프지 않아 좋고, 어떤 운명같은 것이 있다면 그걸 깨뜨린 것이 내가 아니어서 좋다.


오랜 짝사랑이 끝났다. 마음은 이제 누굴 선택할까. 곧 또다른 생존신고가 접수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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