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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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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Jul 05. 2019

감솎기 알바

2019.7.5

3일하고도 반의 감솎기 알바가 끝이났다. 나흘 중 사흘은 흐리고 더웠고, 하루는 무더웠다. 장흥와서 처음 한 농사알바다. 몸이 고되 쓰러지듯 잠에드는 것은 한편 뿌듯하기도 했다.


다소 거친 몸노동을 할때는 양심에 가책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세상 가장 정직한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 좋을 것인데 농사노동 외에는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누군가 나에게 ‘너 평생 돈 버는일은 농사로만 해라’라고 말하면 절대 싫다고 할테지만 나 내키는대로 가끔씩 조금씩만 할거다. 힘드니깐.


감농원은 제주 테라의 귤농원만큼이나 근사했다. 제초제치지 않은 풀밭에 꼿꼿하게 서있는 낮은 감나무들이 귤나무와 닮았다. 농원의 나무그늘이 그렇게 운치있을 수가 없다.


감솎는 일은 상품이 될만한 아이들만 한 가지에 하나씩 남기고 잘라내는 것이다. 어떤 욕심많은 감나무는 검지손가락만한 가지에 일고여덟개씩 열매를 달기도 했다. 우리는 가장 매끈하고 사각으로 똑 떨어지는 모양의 감만 남기고 잘라내야했다.


사실은 오각감도 삼각감도 하늘보고 있는 감도 다 이쁘기는 했으나 나무도 힘들고 농장주인도 힘든일이라니 별수없는 것이다. 줄창 고개를 훼까닥 젖히고 해야하는 일이라 목뒤가 뻐근하다.


제법 무게도 있고 단단한 감이 되어있던지라 떨어질때 잘못맞으면 매우 아프다. 잘못맞은 엄지발가락 등에 멍이 들어버렸다. 그래도 일을 다 끝냈으니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전 중으로 마무리해 마음도 몸도 편안한 상태, 오랜만에 저녁을 만끽하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번돈으로 친구에게 꾼 돈을 일부 갚을 수 있어 더 좋다.


함께 일한 친구들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어 좋았고, 주인 아주머니가 상냥한 분이라 좋았고, 이번주의 일정이 거의 끝나가서 좋고 모든게 완벽한 저녁이다. 커피가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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