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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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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Jul 21. 2019

나는 꼭.

2019.7.21

‘닥터탐정’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센서를 닦다 죽은 19살의 청년이야기가 첫화였다. 물론 많은 청년들이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하며 살고 있다고 말하긴 어려울테지만 원치 않았던 일을 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청년은 너무나 많다.


어떤 일이든 일 자체가 나쁠리없다. 자신이 하는 일에 가치가 있다고 믿는 마음만 있다면 그게 무슨일인들 어떠겠는가. 원치 않는 일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업무환경이 목숨을 위태롭게 만든다면 우리는 그 일을 그만두거나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어야지. 근데 현실이 그렇지가 않잖아. 무언가 책임져야하는 누군가는 목숨을 내놓고 설마하는 불안을 매시간 마주한 채 일하지 않으면 안되잖아.


벼랑 끝에 몰린 그들에게 과연 지푸라기는 있는걸까. 돈을 불리고 권력을 휘어잡고 욕망을 채우기위해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이 팔짱끼고 멀찍이 서서 지푸라기를 흔들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욕지기가 나온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이 꼭 그랬고, 집회에서 협상테이블에 앉아 몇차례씩 엿먹어야 했던 일들이 다 그랬겠지. 꾸역꾸역  올라야했던 그 철탑은 얼마나 차가웠을까.


열 아홉해를 살다간 그 청년들이 가장 원했던 것, 행복한 삶. 그들은 목숨을 내놓고 일하면서도 끝끝내 행복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나는 몸과 마음을 둘바를 모르고 또다시 안절부절하고 있다. 내가 나서서 그 모든 부조리를 바로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들 수 있다면.


최저시급이 올랐어도 업무환경이 8-90년대보다 나아졌어도 아직도 이렇게 사는 친구들이 많다. 온전히 자기자신만을 위해 살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우리는 돈에 대한 트라우마 DNA를 사회적으로도, 도시별로도, 가족안에서도 복합적으로 물려주고 있기 때문에.


나는 어떤 세대를 물려줘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이 엿같은 사회를 어떻게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나는 무얼할 수 있을까. 그 당사자가 되어야 할까. 집회에 참여해야할까. 돈을 많이 벌어 권력자가 되어야할까. 나는 나의 저 어린 동생들을 위해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


오늘 친구와 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돈이 오고가는 일들에는 ‘감사하는 마음’이 빠져버린다는. 있던 것도 희한하게 사라진다는 것. 우리는 이토록 돈에 지고, 돈에 눈이 멀고, 돈에 길을 잃는 트라우마속에 살고 있다. 이 지독한 악순환이 언제 끝날까.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꼭 그래야만 하는데 우리 엄마를 위해서. 내가 죽으면 우리 엄마 죽으려고 할텐데 난 그 꼴은 못보는데 우리 엄마도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살아봐야 하는데.


엄마가 보고싶네, 전화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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