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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Nov 27. 2019

2019.11.10

친구들과 동행길 첫경험 - 외부손상이 별로 없었던 하얀고양이

점심시간 때쯤이었다. 장흥은 차가 없으면 영 버스시간 맞추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약속시간보다 지나치게 빨리 나서야하거나 약속시간에 조금 늦거나. 더구나 친구들이 놀어왔을 때는 더욱 그렇다. 나에게는 차가 있어 그나마 그런 고민을 덜 수 있지만 주변엔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친구들도 많다. 지인들이 놀러와 하룻밤 묵게 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버스시간 맞춰 정류장까지 걸었는데 간발에 차이로 놓쳤다는 것이다. 마침 읍으로 나가는 길이었기에 친구들과 동행하게 되었다.


픽업하고 얼마가지 않아서였다. 도로 한가운데 죽어있는 하얀고양이를 보고 나는 여느때처럼 두눈을 꼭 감고 마음속으로만 안타까워했다. 감정이 동요할까 마음을 추스리고 운전에 집중하려고 애를 쓰며 고양이 사체를 피해 가던 길을 갔다. 하지만 뒷자석에 탄 친구 중 한명은 고양이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고양이를 두고 온 죄책감이 어느때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몇 달 전 시골길에 죽어있는 새끼고양이를 한 쪽으로 옮겨준 적이 있다. 그 때 내 마음을 생각했다. 나는 왜 고양이를 옮겨줬을까. 고양이가 더 상하지 않기를 바래서였다. 고양이를 묻어주지도 못하고 살포시 치워만 주는 게 맞을까. 어디 좋은 곳에 묻어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때도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엔 도로 한복판 나는 어떻게 해야 맞았을까. 


나는 고양이에 대한 미안함에 괜히 친구들에게 질문했다. "로드킬 당한 고양이는 어디에 신고하면 되나요?" 고양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그 친구의 대답은 날카롭게 내 가슴에 파고들었다. "보통은 도로 담당과나 기업에서 업체를 불러 쓰레기봉투 같은 곳에 담아버려요." 그러나 그것도 안전의 위협을 느낄만큼 크거나 위험한 위치에 있지 않으면 잘 오지 않는다고 했다. 보통은 저렇게 한 가운데 죽어있는 고양이나 강아지들은 누군가 멈춰 치워주거나 자근자근 바퀴에 밟혀 말라가는 것이었다. 


나는 가만히 생각했다. 가슴이 너무 아팠고, 이 사건은 운전대를 잡고서도 잠시 멈추지 않은 내 잘못이 아주 컸다. "보통 운전하고 있는 사람한테 말 못해요. 같이 저 사체를 수습하자고 하면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고.." 이 차 안에서 가장 권력자는 나였다. 죽어있던 고양이에 대한 이 친구들의 시그널을 나는 다 읽고 있었고, 과감히 세워 함께 치워보자고 제안했다면 기꺼이 함께 해줄 것이라는 걸 아는 다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 다다르는 새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다. 나는 대충 뭐라도 챙겨 다시 그 곳에 갈 심산으로 친구들에게 나는 다시 가보겠다고 했고, 친구들은 함께 가자고 했다. 장갑과 박스, 봉투나 쓰레받이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을 챙겨 허겁지겁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다시 돌아가는 길은 너무 떨렸다. 왜 그랬을까. 두렵고, 어렵고, 불안하고, 미안했다. 마음이 복잡해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꼭 어린아이처럼 와앙 하고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와중에 그곳으로 가는 길 중앙선에 보이는 또다른 사체. 나는 일단 멈추지 않고 달렸다.


그곳에 다다랐을 땐 고양이는 없었다. 우리는 의아해 다시 차를 돌려 그 길을 되짚었다. 누군가 치운 것 같았다. 바닥에 흔적이 없었다. 도로 옆 밭에 할머니 한 분이 김을 메고 있었는데 그 분이 치워주신 것일까. 천천히 둘러보며 지나치는 때 밭 끝에 고양이 사체를 친구가 발견했다. 우리는 다같이 안도했다. 고맙게도, 정말 고맙게도 더 다치지 않고 안전한 곳으로 피했구나. 정말 다행이었다. 나는 눈물이 터져버렸다.


운전대를 잡고 연신 눈물을 훔치다가 차를 세웠다. 중앙선에 있던 그 사체를 수습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도로에 죽어있는 아이를 수습하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장갑을 끼고 박스를 들고 다가갔다. 그 아이는 이미 오래전에 죽은듯 납작하게 말라있었다. 나는 그 가벼운 사체를 도로 옆 풀밭으로 옮겼다. 이 다음에는 풀이나 꽃 등을 뜯어 그 아이위에 올려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나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아이를 둘러싸고 잠시 묵념을 했다. 좋은곳에 가거라. 미안하구나. 나는 이렇게 기도했다. 


처음이었다. 운전을 4년동안 하면서도 로드킬에 이렇게 움직이게 된건. 늘 죄책감이 있었다. 그런데도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던 건 왜일까.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라지만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배웠다. 세상에 조금, 아주 조금 떳떳해지는 시간이었다. 함께해준 그대들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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