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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Nov 27. 2019

2019.11.19

외부손상이 전혀없었던 따뜻한 강아지

퇴근길이었다. 보성에서 장흥으로 나오는 길이었다. 중앙선에 죽어있는 강아지를 친구가 발견해 차를 돌렸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처음이었다. 친구는 울먹였다. 나는 지난번보다는 조금 단단히 마음을 갖고 아이를 들었다. 따뜻했다. 죽은지 얼마 안된 것 같았다. 추운 날이었는데 체온은 그리 빨리 식지 않는 모양이었다. 가슴뼈가 주저 앉아있었다. 바퀴에 밟힌 것 같았다. 


우리는 아이들 풀밭으로 옮기고 풀을 뜯어 덮어주었다. 친구는 울렁이는 마음을 추스리기 어려운지 눈물을 떨궜다. 나는 그 아이의 감촉이 잊혀지지가 않아서 또 마음이 복잡해졌다. 인간에 대한 혐오가 올라오려다 내 잘못들을 생각하며 분노하지 않기로 했다. 미안한 마음이 올라오면서 일찍 발견해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이미 떠난 아이를 두고 그런 생각을 하면 안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안도했다. 


퇴근 길이 조용했다. 우리는 각자 마음을 추스리고 생각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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