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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Nov 27. 2019

2019.11.27

뼈가 돌출되고 내장이 튀어나온 고양이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거리다 급하게 읍으로 나가는 길이었다. 마음이 급해 속도를 조금 냈고, 운전도 다소 거칠었던 것 같다. 오늘따라 도로에 차가 많았고 나는 퇴근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읍에 거의 다달아서였다. 몸집이 큰 고양이가 도로 한가운데 죽어있었다. 차들이 지나가기에 아슬아슬한 위치였다. 조금씩 밟히는 것도 같았다.


나는 차를 돌렸다. 이 놈의 신호는 오늘따라 왜 이렇게 느린 건지, 차들을 왜 내 앞을 막는 건지 마음이 급해서 조금 격앙되었던 것 같다. 다시 그 아이에게 다다랐을때 차들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장갑을 꼈지만 뭘 가져가야 할지 몰라 두번을 차에 왔다갔다 했다.


빠르게 지나는 차들이 멎기를 기다리며 그 아이만 바라봤다. 속으로 절대 밟지 말라고 외치면서 안돼안돼를 중얼거렸다. 차가 멎을 때 나는 급하게 그 아이에게 달려갔다. 아이는 허리가 밟힌 듯, 여러번 밟힌 듯했다. 넓적다리뼈가 밖으로 돌출되어 몸에 겨우 붙어있었고 내장이 터져나와 도로위에서 말라가고 있었다.


차가 다가오고 있어 그 아이를 들었다. 무거웠다. 순간 울음이 터져나왔다. 이렇게 큰데! 이렇게나 존재감이 있는데 어떻게 그냥 갈 수가 있을까. 어떻게 그냥 갈 수가 있을까. 나는 또 다시 미안해졌다. 강진에서 큰 개를 보고 그냥 지나쳤던 나를 떠올렸다. 난 그 아이에게 풀을 덮어주며 으앙하고 울었다.


차들이 속도를 줄이며 창문을 내려 나를 구경했다. 욕지기가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슬프고, 참담하고, 미안하고, 화나고 또 복잡해져 아이를 두고 오는 길에 온몸이 떨림을 멈추지 못했다. 눈물이 그치지를 않았다. 친구들에게 설명하고 싶지않아 마음을 달래려 애썼다. 도대체 내가 왜이렇게 울고있는 것일까. 뭐때문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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