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7.12
약 8년쯤 전에 MBTI검사를 받고 나는 갸우뚱했다.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결과보다 더 쿨하고, 냉철하며, 지구력도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나는 지금보다 더 스스로를 바꾸기 위해 애를 썼던 것 같다. 변화하는 부분을 알아주는 사람은 고맙고 자신감을 주지만 변화시키고 싶었던 부분을 꼬집는 사람은 밉고 짜증스러웠던 것 같다.
변화하고 싶은 부분이 지속되다보니 어느정도는 인정하고 살게 되기도 했으며, 어떤 면은 변화시키기 않아도 멋지다고 생각하게도 되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타인의 판단이나 시선을 신경쓰며 산다.
MBTI검사에 대한 것은 잊고 살다가 유튜브를 뒤적이다 영상들 몇개를 보게 되었고 타입마다 대략적인 성격을 간단히 소개해놓은 이미지도 보게되었다.
그 검사를 신뢰하지 못했던 탓에 나는 어떤 타입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외장하드를 뒤져 찾아낸 한글파일을 열었다. 장문으로 나에 대해 적혀있는 이 글을 읽고 나는 느닷없이 끄덕이거나 놀라기를 반복했다. ‘어머어머...’
내 성향은 ENFP였다. 끈기없는 점, 감정으로 판단하는 점, 쉽게 질리는 점, 스스로에 만족하지 못하는 점까지 지금의 나를 매우 비슷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바랐던가 누군가 나를 알아주고 관찰해주기를..
친구나 지인들이 못해주는 것을 MBTI를 통해 대리만족하고 문서로 남은 이 글에 위로를 받았다. 나라는 사람의 사용설명서를 잘 읽어보고 행동해주는 사람이 나타나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나 때문에 심경이 복잡할 때 나를 잘 아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있다는 안도감 같은것이 마음을 안심시켰다. MBTI가 한동안 내 일상에 큰 몫을 하겠다. 이제는 조금씩 받아들이기도 하면서 살아야겠다.
너무 늦게 안건지 딱 좋을때 안건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장말 큰 위로가 되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