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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Jul 03. 2017

안녕, 해와

살아내는 일, 살아가는 일 by 재재


1.
오랜만에 노트북을 열어 편지를 쓴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했어. 난 무엇을 느끼고 살아가지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라고 생각하니까 말문이 턱 막히는 거야.


멋진 말을 하고 싶은 욕심과 욕망 때문에 내 진짜 모습을 덜어내지 못하게 될뻔했지 뭐야.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돌아오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 그간 무얼 하며 지냈니 무엇이 하고 싶었니.

나는 제주에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어. 내려가자 라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지냈어. 어느날 집에 돌아오는데 한강야경이 더 이상 아름답지 않더라.


스쳐가는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애를 쓰는 내 모습을 종종 발견하곤 해. 내가 다 이겨버릴거야. 라는 그런 애를 쓰고 있어.왜 그럴까?


내려가기 전 친구들은 오래동안(2달이지만) 못보니 만나자고들 하는 바람에 약속도 많고 처리해야 할 일도 많아졌어. 누군가 아무리 만나려 애를 쓰고 애를 써도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네.


사람들은 내게 왜 제주로 내려가는지 묻곤 해. 내가 너무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는 이효리를 보러 가는 것이냐, 인터뷰를 하러 가느냐, 라는 이야기를 들었어. 내가 사생팬도 아니고 말이지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묘하게 나쁘더라. 난 그런 팬이 아닌데. ㅋㅋ


2.
때는 2013년 가을, 인턴으로 들어가게 된 회사에서 순식간에 직원이 되고, 직원이 된 이후로 느꼈던 중압감과 다시 시작된 우울증 때문에 많이 괴로워하던 순간이 있었어.


상담을 받고 잘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외로움을 느끼고 우울해하는 내 모습이 이상했던 거야. 이런 내가 너무 낯설어서 회사도 학교도 안 나가고 집안에만 가만히 있게 되었던 일이 있었어.


누구 하나 나의 말을 들어줄 사람들이 없었어. 상황을 어느 정도 수습하고 학과 선배를 만났는데, 선배가 내게 세상을 살아갈 때 스스로 보호할 수 없고,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면, 이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을 거라고 하더라.


한창 ‘나’라는 사람을 찾았는데 정작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나 선택하지 못하는, 남들에게 이리저리 치이고 끌려다니던 사람이었더라. 그래서 선배는 서울을 떠나 제주로 내려가서 따듯하게 살아냈으면 좋겠다. 라면서 제주로 무작정 떠나라고 말해주었어.


그래서 집으로 가 제주로 떠나겠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무슨 돈으로 그리고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이냐, 등 명확한 대책이 없으니 난리가 났지. 내 나름 발품을 팔아 선교단체에 있는 간사 친구들을 동원해 내려가려고 했지만 역시나 실패. 그때 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었어.


이 도시에 있다간 저는 죽을지도 모르니, 살려주세요. 라고 신에게 호소할 수 밖에 없었지. 마음을 접고 결국 아버지 회사로 끌려가 막노동하시는 분에 맡기어져서 단순노동을 하며 지냈어.


사흘이 지났나. 사장님이 제주도 갈래라고 물어보시는 거야. 때마침 제주도 daum 사옥 공사를 얻어내서 내려가야 하는데 온 지 얼마 안 되었으니, 다시 올라가라 할 수 없고 그냥 데리고 가겠다는 결정에 제주도로 내려갔어.


참 신기하지? 집에서도 제주도 찾더니 결국 내려갔다면서 신기해하셨어.

3.
제주로 가던 날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해. 목포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갔는데, 제주에 다다르자 바다색이 변하고, 항구 근처에 돌고래 몇 마리가 점프하고 있었어. 그리고 눈앞의 섬은 동그란 띠들이 둘려 있었어,


그 사이로 해가 떨어지는데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평온해졌던…. 겨울인데 따듯하고, 초록색 야자수가 곳곳에 널려있었지 회색 서울과 다르게 모든 것이 싱싱하고 생생한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공간….


그 공간에서 나는 자신을 일으키고 얼었던 마음을 녹이며 몇 달을 보내고 왔어. 그 이후 다시 내려오면 이 땅에 자리를 잡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수많은 땅투기꾼에 의해 마음을 접고 여행이나 와야지 생각했는데,

또다시 미래를 생각하며 내려오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 보니 제주에 아예 자리를 잡고 싶어져. 새로운 작업과 연재를 위해 그리고 나의 생계를 위해 내려가

4.
강정 게스트하우스 담당자분이 내게 강정으로 왜 오냐고 물어보시더라,

몇 일간 나름대로 고민하고 고심해서 내린 답은 나의 평화를 위해 내려갑니다. 라는 답을 드렸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나로서 자존 하러 내려가는 것 같아.


부모님이 해주시는 食 宙(식, 주)를 떠나서, 나 스스로 얼마큼 살아낼 수 있는지, 나는 자존 하는 어른일 수 있는지 나의 성장판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궁금해.


덜 자란 곳은 성장시키고 성장한 곳들은 잘 어루만져주면서 잘 지내다 오고 싶어. 필요한 것들이 꽤 많은데 잘 채워졌으면 좋겠고.


정권이 바뀐 이후로 나는 더 희망적이고 긍정적이게 된 것 같아. 어려운 일들을 사람들과 이루어냈고 나 또한 사람들과 함께 의존하고 이끌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잘하고 올 수 있겠지? 하하

 그곳에서도 내가 누군가에게 휩쓸리지 않고, 나의 주체를 가지고 살아갔으면. 나의 20대의 절반은 누군가에 의해 살아냈다면, 이제 내 남은 삶은 나 스스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야.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움직이는 것이 날렵해지지 않고 둔감해진다고 말해. 한국 사회의 미디어는 노인이 되면 퇴물이 된다고 말하는데, 그것과 언제나 저항 하고 싶어.


내일모레 서른을 바라보는 내가 머리를 노랗게 탈색하고 여러 가지 색으로 내 머리를 덮어내듯, 내 삶도 다양한 색으로 채워졌으면, 그렇게 살아갔으면 좋겠어.

 

5.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CHET BAKER

영화 본 투 비 블루의 마지막 장면에 나왔던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이라는 곡이야. 쳇 베이커는 미국의 트럼펫 재즈 연주가야.


그는 아주 성공했지만, 여자에 탐닉했고 약물중독 때문에 생을 마감한 아티스트이기도래. 악랄한 삶을 살았지만, 그가 연주하는 트럼펫만큼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지.


영화 본투비 블루에서 에단 호크가 연기를 하는데, 젊은 시절의 그와 많이 닮았더라. 그렇게 천사 같은 얼굴로 어떻게 악마처럼 살아왔는지 아이러니하더라.


난 영화에 마지막 부분에 나온 이 노래를 아주 좋아해. 그리고 두서없는 재즈 음악도 좋아해. 꽤 오래전 연애하던 사람과 주말 밤 와인 한잔, 그리고 재즈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여름밤을 보내던 것이 생각나네 ^^

영화를 보며, 우리의 삶을 망치는 것들 그리고 스스로 얼마나 내가 되려고 싸우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 삶의 밑바닥에서 일어나고 또 일어나는 그의 의지 속에서 나는 얼마나 내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는지도 돌아보게 돼.


또 나는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인지 단지 누군가 탐닉하고 욕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나는 무기력하게 하루를 흘려보내는지, 내 삶을 단단히 세우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참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반성하게 돼 잘살고 있는지.

다시 사랑하고 싶어. 그리고 사랑받고 싶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받고 싶어. 재고 따지는 게임이 아닌 그냥 존재만으로도 함께하면 즐거운 연애 있잖아.


효리네 민박을 보는데 이상순 이효리가 그래 보이는 거 같아, 내 가수가 결혼을 참 잘했다. 라는 생각 반 나도 저런 사람 만나고 싶다 반. 크크크ㅋㅋㅋㅋㅋㅋ


나도 사랑 안에서 안정을 누리고 싶어. 그래서 참사랑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요즘 사람들이 하는 연애와 사랑 방식과는 많이 먼 생각들이자, 마음들이야.


늘 친구들이랑 이야기하지 마는 참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그 사랑을 난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우리는 진실한 사랑을 하며 버티어 낼 수 있을까? 우리가 타인과 나누었던 것은 사랑일까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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