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찾아헤메는 삶. by 해와
재재에게 이야기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서울에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어. 나를 좌절하게 만드는 수많은 문화생활들이, 그걸 즐기는 사람들이 혹은 만들어 내는 예술인들이 널려있었고, 그 안에서 나는 돌보지 않는 섬 같았어. 살짝 떨어져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닿을 수 없는, 한강 어드메에 외따로 있는 밤섬처럼.
나라는 섬을 그냥 섬이라고 인정했다면 조금 쉬웠을지도 몰라. 당시 나는 노력했던 것 같아. 최대한 어울려보기위해서 모임들을 찾아가기도 하고, 그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셔보기도 했지. 근데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며칠동안 괴로워했어.
난 누구일까.
왜 여기있을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 질문들이 반복됐지. 스물 한 살 때 머리 터지게 고민하고 나온 곳이 서울이었는데, 그렇게 해답이 나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이 질문은 상황이나 환경이 가져다주는 것이었어. 사람들은 나약하고, 세상은 고약하고, 나는 취약했으니까.
적당히 타협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았어. 거의 세상의 모든 일들이, 수많은 이들이 내게 타협을 요구했지. 대립은 늘 돈과 했어. 관계인가 돈인가, 쉽게 버는 돈인가 땀 흘려 버는 돈인가, 나쁘게 버는 돈 좋게 버는 돈인가, 꿈을 버리며 버는 돈인가 꿈을 지키는 일인가, 같은 것들.
지금 생각해보면 괜한 자존심 같기도 하지만 그땐 일생일대의 문제들이었어. 지금 내 앞에 놓인 문제들 앞에서도 그러는 것처럼. 돈에 대해서는 여전히 걸음마 중이지. 그러나 나는 이렇게 살아서 이 모습으로 만들어진 내가 좋아.
요즘은 힘들지만 즐거워. 물론 때때로 몇시간 쯤은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곧 빠져나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덕이지. 재재 너의 존재도 참 큰 것 같아. 매일 매순간 재재를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네가 곁에 있다는게, 종종 나를 떠올려주는게 느껴져서 난 너무 든든해.
누군가 나를 떠올려줄거라는 믿음이 이토록 지지받는 느낌인지 몰랐어. 우리는 연인은 아니지만 다른 형태의 사랑을 하고 있을거야. 분명해. 누군가 나를 사랑해줄때 느끼는 그 안심. 그런걸 재재덕에 느끼고 살아본다.
어쩌면 재재, 너는 사랑을 하고 싶은 게 아닐까. 사랑을 하고 있을때 재재는 어떨지 궁금하다.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말들을 하고, 더 많이 웃고, 더 당당하겠지. 아마도. 사실 재재, 난 너에 대해 많이는 모르지만 네가 어떤 모습이든 괜찮아. 난 너의 마음이 참 좋으니까.
오늘 재재와 통화 중에 혼란과 불안에 휩싸인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내가 도움을 줄 수 없는게 슬펐어. 그리고 느꼈어, 우리의 상황이 참 비슷하다고. 살 곳이나 함께 할 사람을 찾아다녀야하는 이 상황 말야. 나는 좋티좋은에서 그런 공간을 만들어내려고 했는데 이젠 다시 방랑자가 되겠지.
그러다가 또 다른 돌파구를 파헤쳐보겠지. 파헤치다가 아니다 싶으면 잠깐 좌절하고 또 찾아헤멜거야. 우리 그렇게 살기로 하자. 늘 더 가치있는 것을 찾아 헤메는 삶. 그런 우리의 삶이 결국 이 세상을 바꿀만큼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서로를 의지하고 지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