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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Jun 14. 2017

안녕, 해와

감추는 것이 익숙한  by.재재

안녕 두번째 편지를 너에게 보내.

편지를 주고 받는 일은 초등학생, 그리고 군대에서 가끔 대학교 선교단체 수련회에서 주고 받았었어. 누군가 다시 이렇게 글을 나누게 될줄은 몰랐는데 너무 기쁘다. 글을 나누는 사람이 해와라서 더 기뻐.

지난 편지에 가슴에 가장 남았던 이야기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는 말과 그리고 독립 그리고 때때로 슬프다는 말이 가슴 깊이 공감되고 고개를 끄덕여지게해.

나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어. 10대 학창시절 나는 학교에서 폭력과 학대로 가득한 삶이었어. 집에 귀가할때면 늘 내 뒤로 따라오는 일진무리들, 이유없이 들어야했던 언어폭력들. 가족도 친구들도 나를 보호 해줄 수 없다는 걸 알곤 빨리 힘쎈 어른이 되어서 많은 사람들을 혼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근데 주민등록증이 나오고 스무살이 되어도 난 어른이 되지 못하더라. 더 많은 책임과 더 많은 고민들이 나를 괴롭혔던 것 같아. 고민의 본질을 돌아보면 언제나 생존권에 대한 고뇌들이었던 것 같아. 이 공간에서 어떻게 버티는가 어떻게 살아갈것인가에 대한 고민들 말야.


근데 난 아직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더라. 몇일전 나에게 수 많은 질문들로 어른스러움을 묻던 사람이 정말 어른은 맞는걸까. 어느 위치에 앉아있고 꼰대가 되지 않으려 하는 그 사람이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선택하며 살고 있는.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어른이 맞는걸까 싶어.

난 어른이 되면서 나를 감추는게 익숙해진 사람이었어. 나의 아픔을 고민을 그 아무도 듣고 싶지 않을거야. 이런 상황을 누가 알면 모두들 나를 떠나갈거야 라는 두려움. ​난 여전히 나를 잘 감추려 애쓰고 또 애쓰는 거 같아.

이 나이가 되도록 빠르게 취업하지 않고 괜찮은 직장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에 나는 종종 슬퍼지지만, 그 시선으로 부터 늘 도망치고, 듣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어.


그렇다면 나의 존재는 언제나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내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부질 없는 고민을 한 것 같아서 사람들, 그리고 그걸 매섭게 바라보고 욕을 하는 가족들의 시선이 너무 두려워. 그리고 어느하나 안길 수 없은 존재가 가족인가 싶어 빨리 이 집을 나가서 안전한 나만의 공간을 구축하고 싶어.


제주에 내려가 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이상하게 내 마음에 불안이 자리잡고 있어. 난 지금 어느 누구보다 자유로운 상태인데, 무엇을 해도 상관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자꾸 망설여져


오랜기간 사회에서 이 나이대에는 이렇게 해야합니다. 그땐 취업을 결혼을 아이를 등과 같은 이야기. )압박감이 내게 여전히 남아 있나봐. 친구랑 이런 이야기를 했어. 나 제주에 내려가도 괜찮을까. 왜 자꾸 망설여질까?

"너 원하는대로, 너가하고싶은대로 해 형이 하고 싶은대로 하는거지"

그간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내 마음과 머리는 그게 아닌가봐. 자꾸 망설이고 망설여져. 참 이상하지. 파블로프의 개 실험 같은 사람이 나인가 싶기도 하고. 하하


나 지난번 좋티좋은에 다녀와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어. 손으로 만든 것들과 물품들을 팔아서 산티아고행 여행자금도 마련하고.. 무언가 많이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나와 함께 해주지 않으련? 오늘은 이렇게 답장을 마칠게.

부는 바람에 소원을 빌어 실혀보내면 나의 바램이 지구 한바퀴를 돌아온다해도 그 소원은 이미 이루어진거나 마찬가지래. 해와의 바램이 바람을 타고 온 세계를 감아 이루어지길 바라며.


오늘도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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