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시를 한 편 낭송해보자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내일 오랜만에
함께먹을 점심이
체기처럼 불편했다
어릴적 필사해놓은 노트를
마지막장까지 넘기는데도
이 마음 대변 할 시 한소절
없을 줄이야
이윽고 책꽂이에 먼지쌓인
시집 한 권을 펼쳤다
지금 숙제처럼 넘기는 책장안에
그 시절 숙명처럼 붙들었던 활자들
필통안에 연필심은
부러지지 않은 것이 없고
책꽂이에 시집은 더 이상
손길을 기다리지 않고
빈 노트는 바래져
바스라질 준비를 하고
나는
문득 놓고 온것이 떠오른 사람처럼
자리에 서서
이 삶 어디쯤엔가 떨군 것들에대해
생각한다
어느 시절이
소화되지 못한 채
체기처럼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