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by 해와

확실히 이상하다. 요즘 나.
나는 원래 쉬는걸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2년에 한번씩 나가떨어졌는데 이번엔 3년째 나가떨어지지도 못하고 있다. 부족한게 뭔지도 알겠고, 내가 힘든 이유들도 나열할 수 있겠는데 도무지 해결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

나는 여태 어떻게 내 문제들을 해결해왔나 생각해보면 마음속에 조금씩 고마운 것들로 채우는 일이었다. 그건 늘 자연속에 가만히 있을 때 회복되었던 것 같다. 가만히 흙과 풀과 새와 하늘에게 고마워하는 일이 일상에 반복이 될때 나는 살만해졌다.

근데 이번엔 아니다. 어딜 가고 싶지도 않고 여기 있고 싶지도 않다. 누굴 만나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 만나고 싶기도 하다. 이야길 하고 싶지도 않고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기도 하며 즐거운 일이 생기길 바라지만 즐거운 일이 닥치면 부담스러울 것 같다.

주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해야 할 일들이 진절머리가 난다. 하지만 해야한다는 강박은 나를 이 일들에서 떼어놓을 수록 더욱 심각해진다. 오늘 하루는 자고 먹었지만 나는 조금도 회복되지 않았다. 나는 또 똑같은 기분과 몸으로 일을 하러 가야하고 잠이 오지 않는 이순간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적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은 너무나 많아보인다. 나에게 기대는 사람들은 넘쳐나고 내가 기댈 수 있는 곳은 없다. 이런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싶지 않지만 끊임없이 대하게 되고, 나를 걱정하고 좋아해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그들은 내게 그다지 힘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잘못이 없다. 나는 그들앞에서 그리 티를 내지 않으니까.

나는 내 마음을 늘 들여다보는 사람인 줄 알았지만 끝내 내 어느것 하나도 마주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늘 사랑과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사랑도 사람도 없는 망망대해에 홀로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나는 아무도 원하지 않고, 누구도 떠올리지 못한 채 이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울한 생각들은 생각할 수록 점점 커진다고 하는데 나는 이걸 멈출 의지가 없다. 이게 계속되면 어떻게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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