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진 시소에 거꾸로 뉜 것처럼

by 해와


내려진 시소에 거꾸로 뉜 것처럼, 쪼그려 앉은 고모의 품에 거꾸로 뉘어졌다.

맑은 하늘의 구름 대신 욕실 천장의 잔무늬가 보였다.



손바닥으로 찰박찰박 대야의 물을 흩뜨리는 소리가 나면 곧 머리카락 사이로 쪼르르 물이 흘렀다.

분명 이마 끝부터 적셔졌을 텐데 눈까지 적셔질까 봐 한 번은 움찔했을 테고, 곧 안도하며 몸을 맡겼을 거다.

고모의 손바닥이 내 정수리부터 둥글게 문지르면 보글보글 샴푸 거품이 머리카락과 마찰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귀를 쫑긋했다가도, 거꾸로 매달려 있는 탓에 조금씩 코가 아려와서 얼른 머리 감기를 끝내고 싶었다.



고모는 내 눈, 코, 입이 한껏 못생겨지도록 우악스럽게 머리를 말려줬다.

바짝 말라서 거친 수건을 머리에 씌우고 세상이 핑글핑글 돌 정도로 물기를 털어냈다.

강한 힘에 못 이겨 엉거주춤 물러서다 휘청일라치면 재빠른 손놀림으로 내 등을 받쳤는데,

그다음에는 내 두 팔을 가져다가 고모 허리를 꼭 끌어안고 있도록 했다. 매미처럼, 코알라처럼.

그렇게 답삭 안겨 고모가 만족할 만큼 물기를 털어내야 비로소 머리 감기의 모든 과정이 끝났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내 옷보다 고모의 바지와 티셔츠가 더 선명하게 젖어 있었다.

내 얼굴보다 더 상기되어 있는 고모의 얼굴이 보였다.



.

.

.



이불 속에서 콩벌레처럼 몸을 웅크리고는 '머리 감을까? 말까?'고민했다.

고민하는 동안 벌써 감았겠지만, 조금 더 누워있고 싶은 것을 핑계로 고민하는 척했을지도.

결국에는 손빗질만 몇 번 하고, 어차피 남들은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정신승리하며 출근했다.

어릴 때처럼 누가 머리도 감겨주고 말려주고 했으면 좋겠다. 이 말을 하면 엄마가 그러시겠지.


왜? 아주 대신 살아달라고 그러지?



KakaoTalk_20201208_161327286.jpg 그림, 내친구 오수정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유 없이 투정 부리고 싶은 어떤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