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작품의 일련번호를 '쾨헬 번호'라고 부른다.
모차르트의 열성팬이었던 쾨헬이 모차르트 작품을 수집해 연대순으로 번호를 붙인 것.
예를 들어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는 <K.525>라는 작품 번호를 가지고 있다.
내가 너의 그림에 쾨헬 번호를 붙여야겠다고 했다.
친구는 그릴 것과 그릴 곳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렸는데
친구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나도 하던 것을 멈추고 그 손가락 끝을 바라봤다.
종이 위에 무심하게 그어지는 선이 궁금했다가도 점차 형태를 갖추어 알아차릴 때면
'나도 그려줘.'라고 투정을 부렸고, 곧 그 안에 내가 주인공이 되어 헤벌쭉 웃고 있었다.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담은 많은 그림이
내 눈에만 명작, 친구 눈에는 졸작이었기 때문에 자꾸만 버려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네가 소홀해도 괜찮다고, 내가 귀하게 대접해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전단지에 그려진 너의 그림이, 티슈에 그려진 너의 그림이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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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모을 수 있었는데
글은 모을 수 없었다.
어젯밤의 감성은 오늘 아침의 이성을 이길 수 없어서
자고 일어나면 삭제되는 친구의 글이 아까웠다. 아까워서 애원했다.
-제발 지우지 마. 응?
다시 만날 수 없는 어제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 아닙니까.
오늘의 내게 외면당한 어제의 나를 안쓰럽게 여겨줘.
그러니 제발 지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정말로 나는 피곤한 친구지만… 끝까지 질척거릴 테다.
쾨헬이 그랬듯 나도 너희의 모든 창작물을 아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