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이파리를 띄운 바가지 물

by 해와


모두 처마 밑에서 하늘만 보고 있었다.

하늘을 노려봐야 비가 겁을 먹고 그칠 텐데

간절하게 봐서인지 더욱 의기양양하게 내렸다.



손가락을 오므려 비를 모아보자

구겨진 손금 위로 넘실넘실 차오르는 빗물이

마치 작은 골짜기에 홍수가 난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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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손목에 주렁주렁 우산을 매달고 오는 오수정이 보였다.

오수정은 내게 하나, 여분은 처마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어차피 집에서 노는 우산이라지만 본인이 참 번거로울 텐데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 예쁘다.



미처 우산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보자니

괜히 떼놓고 가는 기분이라 어디까지 가시느냐 묻고 함께 우산을 썼다.

우리는 전생에 어떻게 스친 인연이었기에 처음 만나 어깨를 나란하며 걷는 걸까.

그때는 내가 내 옆에 있는 분께 버드나무 이파리를 띄운 바가지 물이라도 얻어 마셨나 보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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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은 한 개 돌아왔던 것 같다.

곱게 접힌 우산과 감사하다는 쪽지, 그리고 페로로로쉐.

그래서 페로로로쉐를 볼 때마다 달콤한 냄새보다 비 냄새가 먼저 떠오르는가 보다.


KakaoTalk_20201114_201504872.jpg 그림, 내친구 오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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