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sia Works? How East Asia Worked!
본 책은 빌게이츠가 2015년에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선정해 유명해졌다. 이유인즉슨 여기서 나온 경제 개발 정책의 공식을 아프리카나 제3세계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과연 그런지 들여다보자.
토지개혁을 통해 소작농들이 '가족농' 형태로 자기 땅에서 최고의 소작을 늘릴 수 있도록 하여 소득을 증진시키고, 그 늘어난 소득을 소비에 쓸 수 있게 바탕을 만드는 것.
그 다음은 적극적인 정부 개입을 통한 제조업의 견인. 정책적으로 수출을 강제하고 국제적인 경쟁에 직면하도록 하여 보조금과 시장 보호정책을 제공하는 국내 제조기업을 지속적으로 검증하여 적자생존하게 하는 전략.
금융 개방 대신 은행을 정부 통제 하에 두고, 단기적 보상과 개인적 소비가 아니라 미래의 높은 생산량을 보장하는 개발전략에 돈이 계속 흘러 가도록 한다.
어쩌면 너무 단순하게 보일 수 있는 토지, 제조, 금융 3대 정책의 흐름을 동아시아 및 동남 아시아 각국을 돌아다니며 찾은 답사 결과물과 구체적인 역사적 사례로 스무스(?)하게 뒷받침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생각난 책은 바로 <총, 균, 쇠>였다. 결국 왜 이쪽 나라는 발전했는데, 왜 저쪽 나라는 저모양일까에 대한 의문을 정리하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총, 균, 쇠>는 이쪽 나라와 저쪽 나라를 서양과 동양으로 구분했다면, 이 책은 일본, 한국, 대만, 중국의 이쪽 나라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저쪽 나라로 구분했다. 그리고 어떻게 일본, 한국, 대만, 중국의 동아시아는 개발에 성공하고,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실패하였는지 분석한다.
사실 이 책은 4 챕터 중 한 챕터를 할애하여 중국을 분석했지만, 그렇다고 논의의 중심이 중국은 아니었다. 일본과 한국, 대만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이 책을 읽게 된 동기가 중국을 파보기 위해서였으므로 중국에 집중하여 생각을 정리해봤다.
중국은 여타 동북아국가들처럼 세계적인 경제상황과 무관하게 산업적 학습 절차를 계속 밟아나간다는 의지가 있었다. 저자 또한 중국은 '거짓말'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겉으로는 선진국들의 자유시장을 표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으로는 강력한 정부 주도의 제조업 견인과 금융업으로의 서포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런 '거짓말 정책'을 잘 펴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1980년대 덩샤오핑의'도광양회'. '자신의 실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는 국가 정책이 이를 가장 잘 시사하는 표어가 아닐까. 그리고 이젠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화평굴기'를 펼친다.
이런 고공성장에도 어떤 사람들이 중국을 비웃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2017년, 21세기가 시작되고도 20여년이 흐른 지금 중국을 비웃는 사람들의 부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거나, 둘째, 중국을 딱 한두번만 가본 사람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금 ‘세계의 공장’에서 벗어나 ‘세계의 시장’이 된 엄청난 중국 소비자의 저력, 미국을 따라잡거나 심지어 뛰어넘는 사업력을 보여주고 있는 중국 글로벌 기업들의 위력을 접해보지도 않은채, 190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씌워진 ‘더러운 중국’, ‘후진국 중국’, ‘시끄러운 중국인’이라는 중국에 대한 편견을 벗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한류에 열광하며, 20만명이 넘게 모인 복잡한 중국 취업박람회 사진을 보며 '대륙의 인파' 등 '대륙 시리즈' 별명이나 붙여주며 중국 사람들에게 그들은 역시 한층 아래라는 듯이 조소를 날리고 있는 이들을 볼 때, 그들의 문화력, 경제력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그러는 건지 참 의문이 든다. 국경 없이 경쟁하는 이 시대에, 초등학교 때부터 몇 천년의 지혜가 담긴 한시를 달달 외우게 하며, 일년에 600만명씩 대학졸업의 고급인력을 쏟아내고 있는 중국을 보며 소름이 끼쳐야 정상이 아닌가?
확실한 것은 중국은 인류 역사가 태동한 4대 문명 중 하나이며, 역사의 주도권을 빼앗긴 적이 역사 이래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1850-1950년대의 사회의 부패와 지도층의 잘못된 선택으로 주도권을 서구에 빼앗겼고, 심지어 조선보다 못 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이제는 그 주도권을 공공연히 가져가며 '도광양회'하고 있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모른다.
결국 특수성과 일반성의 문제. 저자는 저명한 ‘경제학자답게’ 문화적, 사회적 논의를 뺀, 날 것 그대로의 통계와 국가정책을 바탕으로 중국을 평가한다. 결국 중국이 세계를 흔든 이유는 개발정책의 독창성 때문이 아니라, 규모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특수성을 파악하고 접근할 수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결국은 중국이 짧게는 몇 십년, 길게는 백 여년만에 빠르게 주도권을 다시 가져갈 수 있었던 배경은 오직 정부 주도의 정책 때문이었다기보다는, 그동안 중국이 몇 천년간 쌓아왔던 통치 이념, 헤게모니, 문화적 특성, (일부 지역이 특출나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장사에 특출한 국민성 등이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유일한 형태의 개발정책은 없다. 학문을 위한 일반적인 논의는 있을 수 있어도 각 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공식이 삐뚤어질 확률이 너무 크다. 중국의 정책을 아프리카에 적용한다고 성공할 수 있을까?더군다나 중앙아시아, 중동, 인도 등 굵직굵직한 아시아의 부분들을 뺀채 논의를 한 이상, HOW ASIA WORKS보다는 HOW EAST ASIA WORKED가 현실적인 제목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재미있었던 점은 3년 전에 저자가 중국 기업들은 너무 B2B, B2G 중심이라 B2C와 단말기 부문에서 성공하긴 어려울 것이고, 화웨이를 그 예로 들었다는 것이다. 2017년 지금, 화웨이는 B2B 통신 부문에서는 전세계 2위이며, B2C에서도 Honor 시리즈를 통해 중저가 핸드폰 시장을 야금야금 먹고 있다. 그 사이에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의 중국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중국 시장에서는 삼성을 아예 떨어뜨리고, 동남아도 거의 먹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저자가 예상하지 못한 그 동인은 무엇이었을까 흥미로운 상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