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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원 Aug 27. 2017

Tech 4대 기업의 전쟁

오래 나뉘어 있으면 반드시 합쳐지고, 오래 합쳐져 있으면 반드시 나눠진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인가?

이전까지는 재화를 만들어 파는 회사가 세상의 주역이었다면, 이제는 무엇을 검색하게 하고, 무엇을 광고하고, 인터넷상에서 무엇을 파는 테크 기업들이 충분히 전세계 시총 5위를 달성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세상의 재화는 제곱의 법칙으로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그 선택지 속에서 무언가를 선택하려는 소비자의 행동을 도와주는 기업이 돈을 만들어낼 여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공짜로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서비스를 쓰게 하고, 서서히 부분 유료화를 시작하고, 그 중간중간에 내 재화까지 넣어서 판다면,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지구정복(?)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실제로 15년만에 석유, 금융 회사들이 쥐고 있던 global top 5는 모두 인터넷 기업들에게 넘어갔다.

NYU의 Scott Galloway 교수는 구글은 검색과 데이터를 통해 우리의 사고와 판단력을 좌지우지하는 ‘뇌'와 같은 존재, 페이스북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심장'과 같은 존재, 애플은 자신이 얼마나 똑똑하고 우아하고 섹시한 존재인지 메시지를 보내는 '성기'와 같은 존재, 아마존은 모든 것을 다 집어 삼켜서 결국 몸이 돌아가는데 있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장기 중 하나인 ‘소화기관’과 같은 존재라고 비유했다.

당신이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부위는 어디?


( https://www.youtube.com/watch?v=XCvwCcEP74Q  15분짜리 간략하지만 강력한 Scott 교수의 동영상 참고!)


개인적으로는 궁극적으로 구글과 아마존이 BIG 2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심장’을 의미하는 페이스북이 없어도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 카카오, 위챗이 아직 건재하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고 싶어하는 욕구보다는 무엇을 사고 싶어하는 욕구가 더 본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친구를 오랫동안 안 만날 순 있어도, 저 새로 나온, 누구나 가지고 싶은 핸드폰은 꼭 지금 당장 사고 싶으니까. 그리고 친구는 실제로 보면 되니까. 그리고 그 핸드폰이 아무리 매력적이고 섹시하더라도, 결국 그걸 검색하는 것은 구글이고, 끊임없이 가격비교를 해서 가장 상위에 "HOT DEAL"표시를 달랑거리고 있는 아마존에서 산다. 그래서 머릿속에 애플과 페이스북보다는, 수조개의 검색결과를 돌리고 있는 구글과 그 검색결과를 바탕으로 물건을 팔고 있는 아마존이 upside를 만들어낼 수 있는 room이 커보인다. 그래서 지금 시총 순위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그리고 아마존이지만, 5년 후의 지형은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이 될 것 같다. Who knows!


전교 5등은 누구?

4강 중에 어떤 회사가 1등이 될지에 더하여 궁금한 것은, 바로 5등은 누가 될 것인가. 너무 확실한 전교 1, 2, 3, 4등이 포진하고 있는 상태에서 사람들은 5등이 누가 될지 예측하는 게 더 흥미로울 수 있다. 세상에 정말 뛰어난 기업들이 많지만, 시가총액과 현 상황을 기준으로 내가 생각하는 가장 현실성 있어보이는 기업들은 다음과 같다.

텐센트 : Gang of four에 뒤지지 않은 테크 기술력과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글로벌화를 잘 해낸다는 전제 하에. 지금 취하고 있는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점점 더 많은 플랫폼들을 먹어서 체화시킨다면, 페이스북처럼 딱 떨어지는 사명은 떠오르지 않는 복잡한 회사처럼 보일지라도 글로벌 레벨로 5등의 거대기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알리바바 : 대표의 비전과 회사문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에서의 파급력은 인정할 수 있지만, 글로벌 확장을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커머스에서는 극강 아마존이 버티고 서 있어, 인도시장, 유럽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정말 미지수다. 높은 확률로 텐센트보다 낮게 랭킹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버 : 정말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력으로 인정받은 회사이지만, 지금은 무너진 리더십과 사내문화가 너무 큰 구멍으로 보인다. 각국의 규제를 뛰어넘어야 하는 것도 큰 장애물. 사내문화가 잘 개혁된다는 전제 하에, next step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 유니콘 대표회사.

테슬라 :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테슬라가 5위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애플이 ‘고급스러움’으로 승부하여 전세계 사람들의 소비욕을 자극해 지금의 시총 1위 기업을 달성했지만, 핸드폰이나 노트북에 비해 자동차라는 재화 전세계적인 보편화 threshold는 너무 높지 않을까? 지금까지 자동차 회사가 일등을 한 적은 없었듯이, 자동차 비즈니스 이외의 에너지와 생명공학, 우주공학 쪽으로 파급력을 이어나갈 수 있을 때 가능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감히 '구글느님'을 규제할 수 있을까?

네 개의 회사가 세계의 파이를 나누어 먹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고, 이제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것은 왜 이게 나쁠까 생각해보는 것.

첫째, 네 개의 테크회사들이 진입장벽을 높여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진 새로운 기업들의 등장을 애초에 차단시켜 버리며, 살아남더라도 결국 자신의 플랫폼 서비스 위에서 놀게 함으로써 여전히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공정한 경쟁을 막는다.
둘째, 플랫폼을 독점하게 되면 독점자는 이 지위를 이용해 플랫폼을 이용하는 개발자들에게 서비스 가격 인상을 부당하게 요구할 수 있고, 대체할 플랫폼이 없는 상태에서 개발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가격을 내고, 궁극적으로 그것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부담도 증가한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하는 것은 중소 사업자들과 일반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일 것이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이런 것에 민감한 풍토의 유럽에서, EU가 총대를 매고 '감히' 구글느님을 툭 툭 건드리기 시작하였다. EU는 2017년 6월 27일 구글에 역대 최대 규모인 약 3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U가 문제 삼은 부분은 ‘쇼핑 검색’이었다. 구글은 검색 결과 페이지에 자체 쇼핑 서비스인 ‘구글 쇼핑’ 상품을 상단에 노출하고 있고, EU는 구글의 이 같은 사업모델이 인터넷 이용자들이 무심코 상단에 노출된 링크를 클릭하도록 유도해 구글에 광고료를 지급한 업체에만 이익이 돌아가게 했기에, 공정거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사실 이런 상위노출 광고는 가장 대표적으로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사업모델 중 하나이기 때문에, EU가 걸 수 있는 가장 연약한 첫번째 선전포고 중 하나라 생각한다. 이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구글앙 까불랭?



天下大势,分久必合,合久必分

삼국지의 첫 구절이 생각난다.

天下大势,分久必合,合久必分(천하대세, 분구필합, 합구필분)

천하의 대세는 오래 나뉘어 있으면 반드시 합쳐지고, 오래 합쳐져 있으면 반드시 나눠진다. 마치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 최대 거대기업으로서 윈도우에 브라우저를 끼워팔아서 전세계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려는 야심찬 전략을 펼쳤으나, 결국 그들을 밀어낸 것은 귀찮은 EU나 미국에서의 반독점법이 아닌 PC의 몰락이었다.


1970-80년대에 누구도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을 회사를 예측하지 못했다. 같은 논리로 빠른 시일 내에 구글이 1위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구글이 무너지는 것은 EU나 미국의 정부 규제가 아닌, 생각보다 빨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대체하는 the next big thing이 나와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안드로이드 다음의 the next big thing은 무엇일까. 이것이 바로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그리고 2017년에 시작한 작은 실력자들이 창고에서 눈에 불을 켜고 파고 있는 비밀 프로젝트가 아닐까.


역시 역사는 돌고 돌아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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