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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원 Oct 19. 2019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괜찮아

<최혜원의 일주일서(一周一书)> 10월 편

1.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중국에서 다음 노벨 문학상을 받는 작가가 나온다면 ‘위화’일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장 세계적인 중국 작가’. 대학 때 그의 대표작 <인생>, <형제> 등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은 분명히 호탕하게 웃고 있는데 왠지 짠내나는 눈물이 느껴지는 것에 감탄하고, 사람이 비아냥 거리면 이렇게까지 비아냥거릴 수 있구나 혼자 낄낄대면서 그의 반골 기질을 정말 좋아했었다. 트레바리 쩐빵에서는 3년에 걸쳐 열두번에 한달은 그의 에세이집을 읽고 있는데, 2017년에는 <우리의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2018년에는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그리고 이번 10월에는 이 책을 읽었다. 솔직히 말해 이번 게 제일 좋았다. 천안문, 문화대혁명 등의 어두운 중국의 키워드들을 단순 나열하는 게 지겨웠을 수도 있고, 작가말마따나 매번 비슷한 이야기를 두서 없는 단편으로 반복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 책은 담백한 문학인으로서의 고백이어서 깔끔했다. 지금의 작가로서의 자신이 있게 한 카프카 같은 문학적 스승들에 대해 쓰는 것도 꼰대같지 않아 좋았고, 루쉰이 ‘이 사람은 미쳤다’가 아닌 ‘개가 나한테까지 대든다’ 등의 단 몇줄의 서사를 통해 광인을 표현하는 것을 보며 세계적인 작가들의 위대함을 생생하게 간접체험할 수 있어 놀라웠고, <형제>가 너무 적나라하다고 말하는 중국인들에게 ‘이 나라는 재떨이 옆에 금연 딱지가 붙어있는 나라’을 꼬집으면서 일침을 가하는 부분도 너무나 통쾌했다. 으와. 위화 조하.


2.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할 것인가(Tribe of Mentors)


<나는 4시간만 일한다> + <타이탄의 도구들> 저자의 신작. 말그대로 자기계발서의 총 집합이다. 그런데 그냥 울림 없는 짜깁기가 아니어서 추천. 덕분에 하루에 조금씩은 시간을 내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고, 테니스를 평생 운동으로 가져가려고 주2회 꾸준히 치게 되었고,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담담하게 넘기는 지혜를 얻었고, 10만원이 안되는 투자로 행복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실전적으로 써먹을 팁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한권에 다 들어있으니 성경 느낌으로 그냥 사서 시간 날 때마다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하이라이트가 정말이지 덕지덕지. 나도 제목이 구리다고 생각했는데, 구린 제목보다는 정말 좋아! 제목은 여전히 구려!


3. 무력할 땐 아리스토텔레스 


요즘 같이 ‘~하긴 귀찮아’, ‘나를 지키는 심리학’ 등의 책들이 난무하는 세상에 철학책들도 참 많이 나왔는데 (당연하게도) 사랑을 크게 받는 베스트셀러가 없어 아쉬웠었다. 그런데 이 책은 여느 철학책과는 다르다. 고대 선현이 이렇게 이렇게 말씀하셨다..무슨 말인진 모르겠지만 받들어라..가 아닌, (1) 진단 - 당신이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는데, (2) 이해하기, (3) 적용하기, (4) 내다보기 이렇게 네 단계를 통해 얼마나 실용적으로 내 삶에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는지까지 효과적으로 도와주는 책이다. 심지어 각 장의 맨 끝에 <짚고 넘어가기> 코너가 있어서 이런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은 그 장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로 해설이 되어 있다. “당신이 딱히 비난할 만한 것이 없는데도, 보기만 하면 바로 혐오감이 드는 사람이 있는가? 왤까?” 생각정리도 귀찮은데, 핵심까지 정리해주는 거 너무 좋아. 시리즈로 <우울할 땐 니체>, <비참할 땐 스피노자>도 있다ㅋㅋㅋ


4.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대단하다고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불어를 하나도 못하면서 단신으로 파리에 넘어가, 외식업을 창업하고, 고생 고생 끝에 켈리델리라는 연매출 5천억원의 글로벌 회사로 키워낸 현재진행형의 젊은 여성 CEO. 후배한테 커피 한잔 사기 어려워 두시간동안 눈치싸움하다가 결국 후배가 내게 한 치욕적인 순간부터, 어떻게 일본의 대가를 모셔와서 스시 컨설팅을 받고, 악착 같은 problem solving을 했는지 인생이 주욱 쓰여진 담담한 책이어서 후루룩 읽을 수 있다. 자존심 빼면 시체인 한 인간이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게 참 쉽지 않을텐데 그걸 어떻게 이겨냈는지, 내가 잘못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하나, 둘, 셋, 이렇게 솔직하게 정리까지 한 게 인상적이었다. 세상을 넓고 위대한 사람들은 참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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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에 한권을 읽고 삶의 지팡이가 되는 작은 기록들을 꾸준히 남기려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과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들에 대한 기록을 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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