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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원 Apr 12. 2020

이 미친 세상에 부를 정의하는 법

최혜원의 일주일서 3-4월편

이번 달 독서의 컨셉 : 세상이 어지럽다. 그 자체로 블랙 코미디인 이 미친 세상에 '부'를 정의하고, '부'를 이루었거나 '부'에 대해 논의하는 사람들의 글을 주로 읽었다.   



1.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김동조라는 트레이더의 생각이 담긴 짧은 에세이 모음이다. 가벼운 책치고는 멋있는 책 제목이다 감탄하며 들어올렸는데 마음을 울리는 통찰이 많아서 놀랐다. 중간 중간 한 두 문장으로 가슴을 후벼파는데, 이것이야말로 촌철살인이리라. 시장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트레이더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이자, 자본주의 시장을 살아가는 한 명의 어른이 이렇게 간결한 말로 자신의 울림을 전할 수 있는 것은 이또한 신이 주신 재능이라고 생각했다. Life changing한 재능은 아니더라도, 인생의 새콤달콤 같은 small treat. 이런 어른이 되어야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고서, '평생 이어질 좋은 기분'에 대한 단상을 써내려간 것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세상에 너무 재미있는 일들이 많은데, 누군가는 '평생 이어질 좋은 기분'을 기대하며 자신을 절제하고 강인한 몸을 만든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운전대를 잡고 경기장에 진입하며, 누군가는 지루하게 자료를 뒤지며 지루한 시간을 버틴다. 그렇게 챔피언과 대작이 탄생한다. 그리고 '평생 이어질 좋은 기분'도 남는다. 지금처럼 어지러운 세상에, 누구는 넷플릭스를 보고 꽃놀이를 나가고 하는 와중에, 대다수가 택하는 '잠시의 좋은 기분'을 접고 '평생 이어질 좋은 기분'을 위해 몰두할 수 있는 위인들의 고귀함에 고개를 숙이게 됐다. 당신은 '평생 이어질 좋은 기분'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느껴본 적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느낄 것인가? 뒤는 내가 인상깊었던 몇 구절: "예수, 붓다, 공자, 맹자조차 혼자 행복한 적은 없다. 그들 모두 잠시 몰입하는 방편으로 고독을 택했을 뿐이다. 자신이 성장했을 때 그들은 다시 관계로 과감하게 진입했다. 그들의 언어가 몇천년을 살아남은 이유는 다 그 때문이다." / "공전의 궤도를 유지하며 자전 궤도를 만들어내는 것은 얼마나 불안한 일인가" /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스케일을 가늠할 수 있다. 누군가는 시기하지 않고 뛰어난 사람에게서 배우려는 마음을 갖는다."


2. 안티프래질

Fragile의 반댓말은 Robust가 아닌, Antifragile이다. 즉 자극과 위기, 불확실성이 당도하면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해지는 어떤 것. 2008년 금융위기를 블랙스완의 개념과 함께 예견했었던 나심 텔레브가 2013년에 낸 역작. 그리고 다시금 이 책이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블랙코미디적 세상이 지금이기에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뜬금없는 전염병에 100만명이 넘게 감염되고, 전세계가 셧다운되고, 국가 원수가 중태에 빠지고.. 나심이 이야기하는 '극단의 왕국'이 바로 현실세계다. 어떻게 한 사람이 이런 모든 분야에 박학다식할까 신기할 정도로 역사, 철학, 의학, 금융, 통계에서의 다양한 논거를 통해(750쪽..사전인줄), 단 한번으로도 삶을 무너뜨릴 불운에서 어떻게 내 삶을 보호할 수 있을까 그 정신력과 개념을 알려준다. 그리고 Antifragile함은 비단 경제위기에서만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의 선택과 일상에서의 투자, 일상에서의 시간분배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 준다. 중앙정부와 어설픈 개입, 역사적으로 받들여졌던 전, 현 시스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게 거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호오-하며 흥미롭게 읽었다. 코로나는 시작이다. 전무후무한 태풍은 확실히 불어오는데, 꺼져버릴 촛불이 될 것인가, 바람에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이 될 것인가. / 이 책에서도 '부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탈레스의 예시를 통해 이야기한 구석이 있었는데, 이번 달에 읽었던 거의 모든 부에 대한 책들에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이 책에서도 발견하는 순간 짜릿했다. 나는 그 이유를 '거들먹거리는 권력자들의 식사자리에 나가지 않을 자유'라고 정의해보고 싶다.


3. 배드블러드

2010년대 실리콘밸리를 발칵 뒤집어 놓았었던, 피 한 방울로 수백가지 질병을 한번에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여 무려 9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의 초대형 사기극에 대한 르포. 400쪽짜리 책이 그냥 한 편의 영화 같다. 기업 문화의 측면에서도, 창업자에 대해서도, 변호사 만능주의인 미국의 현실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곱씹어보았던, 씁쓸하면서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았던 것은 뭐니뭐니 해도 '헨리 키신저'(아니 중국과 미국을 휘어잡았던, 말이 되냐고!)와 워렌버핏을 포함한 미국 top급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을 매료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미치게 빠져들게 만들었던 이 창업자의 현실 왜곡장이었다. 확신에 찬 커다란 눈과 똑똑함, 그리고 진정성으로 가득찬(보이는) 스토리와 빵빵한 이사진과 투자진들. 그녀의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고양이처럼 나도 모르게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홀리는 것 같다. 스티브잡스와 같은 이런 현실 왜곡장을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결국에는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위기에 빠뜨리는 끔찍한 도덕적 해이를 가져왔고 다행히도 목숨을 걸고 진실을 폭로한 용기있는 몇몇에 의해 그 사기극은 끝이 났지만, 그녀도 욕심이 너무 커져 그녀를 삼키기 전까지는, 진심으로 자신의 비전을 믿었고 그래서 그런 눈빛이 가능했으리라. 폭주하는 창업자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역시나 견제와 반론이 가능한, 신뢰를 기반한 공개를 하는 기업문화라는 생각에 계속 메모를 하며 읽어내려갔던 영화 같은 현실. 미국 정신의학회가 발표한 사이코패스가 선택하는 가장 인기있는 직업 중 1위가 CEO라는 거 너무 공감.. 내년에 나의 최애 여배우 Jennifer Lawrence 주연으로 영화화된다고 해서 황홀해하며 기다리고 있는 중..


4. 내일의 부 1,2

긴 말이 필요없다. 이 책을 왜 지금 만났는지. 두 달전에만 만났더라도 크게 달라졌을텐데.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5. 나의 월급 독립 프로젝트

살다보면 자신의 지조와 원칙을 가진 분들이 조용히 빛나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만큼 멋있는 게 없다. 가치투자, 가치투자가 대세라는 이때에 직장인이라면 단타를 해야 한다고 계좌 까고 자신의 원칙을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엔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내일을 기대한다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라고 말한 아인슈타인의 명언으로 뼈 세번 정도 강타한 책.


6. 부의 확장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불릴레오의 천영록 대표님의 책이라 읽어봤다. 여기에서도 <안티프래질>에서도 찾을 수 있었던 '부의 이유'에 대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모든지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과 자신의 원칙이 중요하구나. 이분은 유튜브가 더 유익한듯. 

https://www.youtube.com/channel/UChdVrewKcV9b_PMmvscTdGg 


7. 부자 언니의 부자 특강

반말로 써있어서 읽는내내 혼나는 느낌이었지만 이런 톡쏘는 맛이 오히려 매력이기도. 이분도 역시 유튜브가 더 유익한듯.


8. 간헐적 단식? 내가 한번 해보지

내 트레이너 선생님이 쓰신 책. 요즘 책을 읽으면서 왜 이렇게 혼만 나는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간헐적 단식으로 재미 좀 보고 있다. 건강도 실력이다.



이번 달 독서의 결론은...


'예측'이 가능한 시대는 끝났다. 아 왜 이걸 예측하지 못했지 후회하는 시간에, '거들먹 거리는 권력자들의 식사자리에 나가지 않을 수 있기 위해' 어떤 것을 조심하고, 어떻게 대응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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