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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원 May 31. 2020

'배우고 싶은 어른'의 정의

최혜원의 일주일서(一周一书) 5월 편


《최혜원의 일주일서(一周一书) 5월 편》 - 컨셉 :'배우고 싶은 어른'의 정의

1.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That will never work)

몇 달 전에, 'IT 스타트업이 초기에 어떤 난제들을 겪으며 커왔는지, 그 초기 스토리를 낱낱이 알 수 있는 책'이 있냐고 페이스북 지인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정말 맘에 드는 추천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 책이 바로 그 책이다!!! 2020년 5월 출간, 따끈따끈. 아직 5월밖에 안 됐지만, <<2020년 최혜원 올해의 책>>이 될 것만 같은 예감이다! (2019년은 비커밍이었다. 워후.)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이자 CEO였고, 2003년 상장 후 회사를 떠나 실리콘밸리의 전설로 남아 있는 마크 랜돌프가 최초로 공개하는 '아주 자세한', 2002년 상장 직후까지만 다루는 넷플릭스 초기 이야기이다. '신화'가 아닌, 담담한 회고글이어서 좋다. 아발론을 타고 매일 아침 리드 헤이스팅스(현 넷플릭스 CEO)와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며 토론했던 출근길, 몇백개의 아이디어 중에 나왔던, 아내조차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고 말했던  DVD 온라인 주문 비즈니스 모델. 어떻게 빠른 린 테스트를 했는지, 초기 팀을 누구로 어떻게 꾸렸는지, 200만 달러 시드 투자를 어떻게 받았는지, 넷플릭스 출시 후 잘못 보낸 음란 DVD 등 시시콜콜한 문제해결을 어떻게 해왔는지, 제프 베조스를 직접 만나 아마존의 인수 제안을 어떻게 거절했는지, 개인의 성장속도보다 회사의 성장속도가 더 빨라 '너가 CEO하면 어려워'라는 말을 듣고 회사를 넘겨준 그날 저녁 황혼의 이야기, 고객이 늘수록 돈이 빠져나가는 역설을 어떻게 반전시켰는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를 먹은 넷플릭스의 월 구독 서비스가 어떤 세가지 아이디어를 짬뽕한 아이디어인지 등등.. 지금까지도 이어내려져 오고 있는 신화를 이렇게 생생한 경영자의 말로 읽을 수 있다니, 읽는 내내 감탄하며, 밑줄 치고, 메모를 적으며 좋아했더랬다. 



경영자임을 떠나, 자신이 일군 사업체를 바라보는 관점, 사랑스러운 가정을 생각하는 관점,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를 온전히 문제로서 접근하며 풀어내는 관점을 보며 그는 성숙한 어른, 배우고 싶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에 나올 책 <마지막 강의>와 이어지는 부분) 그렇게 유명한 '거침없는 솔직한 피드백, 그리고 자유와 책임이 주어지는 넷플릭스의 문화'가 그와, 그가 신뢰하는 리드 등의 다른 경영자들과 직원들에게서 어떻게 나온 것인지 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명 '캐나다 원칙' -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안함으로써 현재의 가장 중요한 문제에 집중해서 회사를 더 좋은 아웃풋 낼 수 있도록 만드는 원칙. 이번주 매스프레소 전사 미팅에서 "하지 않는 것을 잘해보자"라고 말했던 어느 리더의 늠름함이 생각났던 대목이었다.  




참고로 이와 같이 좋은 책이 또 있다면 <마윈:세상에 어려운 비즈니스는 없다>를 추천한다. 중국의 공룡 알리바바가 나스닥에 상장하기 이전, 마윈이 영어 강사였을 때부터, 창업하고, 중고 물품 팔러 다니고, IB에서 CFO 처음으로 모셔오고, 골드만삭스와 손정의 투자 받고 하는 초기의 이야기들이 정말 자세하게 나와 있다. 이런 책이 더 있다면 추천해주길 바란다. 끄악 너무 좋아!!




2. 마지막 강의


'훌륭한 어른은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는 책이다. 미국에서 잘 나가는 젊은 가상현실 분야 교수가 갑자기 췌장암으로 죽게 되면서 그가 하게 된 강단에서의 마지막 강의를 앞에 두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놓고 죽음을 다루는 책치고 <숨결이 바람될 때> 같이 전~혀 우울하고 슬프지 않다. 오히려 디즈니랜드에 온 것처럼 삶을 어떻게 즐겁게 살 수 있는지(실제로 디즈니 광팬이어서, 디즈니에서 일한 것, 디즈니에서 가서 논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남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들을 실질적으로 도와주며 얻는 환희는 어떤 기분인지, 남들은 다 안된다고 했던 거절을 어떻게 자기만의 방법으로 이루어내는지, 훌륭한 아버지, 훌륭한 남편은 어때야 하는지 차근차근 재치 넘치는 그만의 목소리로 풀어 나간다. 삼촌의 차에서는 장난치지 말라고 조카들에게 엄중히 주의 주는 누나 앞에서, 곧바로 코카콜라 캔을 따서 카시트에 부으면서, "사람이 더 중요해!"라고 외치는 이해할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자, NASA에서 초청하여 강연을 하게 할 만큼 한 분야에서는 내로라하는 학식을 가지고 있는, 그 기회를 스스로 쟁취해나가는 멋있는 어른이었다. 머리가 새하얀 어르신은 아니었지만, 이 젊고 혈기왕성했던 교수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통해 그가 정말 well-rounded, 성숙한 어른이었다는 것만은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요즘 이 말을 말버릇처럼 자주 한다. 당장 내일이 없을 것 같다는 절망이 아니라, 정말 의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인간이란 미약한 존재는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생을 단언할 수도 없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오년 뒤, 십년 뒤를 예측하며 내 삶을 재단하려 하는가. 단언하건대, 우리는 일주일 앞도 모른다. (feat. 이태원..) 예측이 아닌, 대응하는 삶만 있을 뿐이다.



"다친 사자라도 으르렁 거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거야. 자만심하고 다른, 인간에 대한 존엄성, 자부심 같은 것이라고." —> 마지막 순간에도 굳이 강의를 하고야 말아야겠냐는 부인에게 차근차근 호소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나랑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에 그가 ENFJ 혹은 INFJ는 아닐까 생각했다 ㅋㅋ (feat. MBTI 맹신자 / 찾아보니 INFJ 맞았다) 고통스러운 죽음의 순간 앞에서도, '내가 당장 내일 사라진다면 이 세상에 어떤 지혜를 남길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래서 그 와중에 마지막 강의를 했던, 그 강의도 너무 재미있고 즐거운 프레젠테이션으로 잘 승화해낸,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저자를 보며, 눈물 고인 웃음을 내내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배우고 싶은 어른'의 정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머릿속에 정리해왔던 그 모습이 랜디 포시 교수가 보여줬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끄덕이면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이 책을 주변 지인에게 추천하고 싶다. 당신은 배우고 싶은 어른인가. 죽음 앞에서 의연하게, 세상에 어떤 것을 남길 수 있을까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인가.




3. 하드씽(경영의 난제, 어떻게 풀 것인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들춰보는 스타트업 경영계의 실전 바이블. 2015년에 대표님이 극찬하며 처음 읽어보라고 하셨을 때는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어려운 회사 매각, 채용, 구조조정, 투자 이야기는 나와 동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7년에 다시 읽었을 때에는 좀 더 재미있게 다가왔지만, 솔직히 크게 감흥은 없었다. 그리고 2019년.. 매달 썼던 독후감에서 검색해보니, 2019년 봄에 다시 읽었을 때는 몇번이나 형광펜을 치면서 채용 부분에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2020년 1월..(올해 1월!)에 읽었을 때는 '올바른 야망'이란 무엇인가,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에 집중해서 읽었네. 2020년 5월(어째 점점 주기가 짧아진다...?)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모든 챕터에 느낀 점을 적어나가면서 읽었다. 전시 상황의 CEO는 평화로운 때와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우리 상황에서 '해야 할 것'이 아닌, '하지 말아야 할 것'에 집중하는 법, 불행은 온전히 받아들이고 next plan을 짜는 법 등등. 어째 점점 읽는 주기가 짧아져서 불안?하지만, 그만큼 아주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하는지 콕 찝어 말해주는 보물함 같다. 다음 달에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기를 기대한다. 



4.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

제목이 대놓고 주식시장에 관한 책이지만, 번역이 좀더 잘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저자가 힘주어 이야기하는 것들은 비단 주식시장을 '이기는' 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을 휘두를 수 있는 질문 세 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 잘못된 것을 믿고 있지 않은가


(2)다른 사람이 간파하지 못한 것 중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3) 내 머리가 도대체 어떤 짓을 하고 있지?(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판단 한번 더 의심하기).


이제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있는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주어진 것에 대응하면서 살자고 인생의 모토를 바꾸게 되었다. 끊임없이 나의 철학이나 원칙에 대해 의심하고, 되돌아보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다음 액션을 고민하는 것. 이렇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이다. 예측이 아닌 대응.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5. 무기력에서 무를 빼는 가장 쉬운 방법

아주 쉽게, 어떤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집중력이 흐려졌을 때 펜 하나를 통해서 다시 집중할 수 있는 방법, '스테이크를 먹으면 기분이 좋다'와 같은 주문을 거는 방법, 손에 넣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구체적인 이미지를 자꾸 눈에 노출시키는 일의 기적 등등. 리디셀렉트에서 읽을 수 있는 정말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나 내맘대로 안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주변에 무기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던데, 한번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그런데 돈 주고 사라고 하면 안 살듯..ㅎ 하지만 리디셀렉트의 좋은 점이 바로 이런 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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