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원의 일주일서(一周一书) 독후감 - 2019년 여름 편
<최혜원의 일주일서(一周一书) - 2019년 여름 편>
한국인이 쓴 중국에 대한 책을 별로 추천하지 않는데, 오랜만에 진짜가 나타났다. 중국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자극적인 책 제목들을 좋아하지 않는터라 별 생각 없이 읽어내려갔지만, 가깝게는 2019년 여름의 따끈따끈한 홍콩 시위부터, 멀게는 중국과 티베트의 영토 분쟁의 시초까지 시사와 역사를 한번에 잡을 수 있어 퀄리티에 흠칫 놀란 책이었다. 올해 여름을 달궜던 범죄인 송환법을 둘러싼 홍콩에서의 역사적인 대규모 시위, 왜 이렇게 난리인가? 쯔위가 대만 국기 한번 흔들었다고 JYP 대규모 불매사태가 일어났던 이유는? 2018년 판빙빙 사망설까지 돌았다가 풀려나고 1400억원 벌금을 냈다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중국 인민의 반응과, 이 사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진정한 의중은? 마오쩌둥이 문혁 때 많게는 2000만명을 죽게 했는데 아직도 천안문에 그의 사진이 걸려 있는 이유는? 이 책은 중국인들의 편중성에 편견을 갖기 전에 그들이 생각하는 ‘중국적 상황’에 대해 이해해보기 위한 단초를 제공한다. 중국인들과 같이 밥을 먹다가 ‘대만인’이라는 단어를 들었는데도 어깨를 움찔하지 않는, 중국인들이 갑자기 왜 눈썹을 찌푸리는지 이해가 안 가는 당신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내가 살아갈 날은 얼마나 남았는가? 지금 죽는다면 나는 이 삶을 어떻게 회고 할까? 스탠퍼드, 케임브리지 등 최고의 학교에서 10년 간의 수련을 마치고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의사가 되려 하는 찰나에 죽음을 맞게 된 수재 신경외과 의사의 담담한 인생 회고록. 이 비극적인 스토리를 딱 들으면 생각나는 질문은 ‘얼마나 억울할까. 얼마나 절망적일까. 평생을 고생하고 이제야 빛을 보려고 하는데.’ 이지만,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이 진지한 영혼의 회고를 읽으면,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단순히 우리에게 그러니까 감사하며 살아!라는 클리셰와 눈물이 아니었다.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죽음을 앞두고도 그저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 앞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한 용감함과 직업에 대한 소명감이었고, 그러한 그의 인생적 숭고함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나는 어떤 일에 이렇게 소명감을 느끼며 최선을 다했는가?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희생’이라고 생각하며 달려 왔는데, 그 희생에 대한 열매를 따먹기도 전에 이렇게 한 줌의 재로 돌아간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니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해부학 시간은 엄숙하고 경건한 의대생들이 냉정하고 거만한 의사로 변하는 때라고들 하는데,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고객을 향한 순수함이 일상에 치인 거들먹거림으로 바뀌는 순간이 언제일까. 나는 고객이나 팀원들에게 언제나 소명감과 책임감을 느끼며 진심일 수 있는 사람일까. 인간이 가장 무서워하는 죽음 앞에서도 담담할 수 있는 뛰어났던 한 존재의 아름다운 글들이 인생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의학과 동시에 영문학을 공부했던 수재이기도 하였어서 글이 정말 예쁘기도 해서, 더 마음이 아팠다.
'여행 이후의 삶이 진짜 이야기다. 일상의 복잡함을 환기시키고자, 새로운 생각을 얻어보고자, 삶의 변화를 느껴보고자 떠나는 게 여행인데, 어째서 사람들은 여행 후의 삶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을까?’ 라고 질문하는 저자의 생각에 통감했다. 최근 무리해서라도 짧디 짧은 미국 여행을 다녀왔던 이유도 이것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자유를 택하는 두려움, 혼자라는 두려움, 휴식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나니 7일이라는 대륙 여행치고는 짧디짧은 여행이, 삶에 따뜻한 모래를 두둑히 덮어준 느낌이다. 그냥 휘릭 휘릭 짧게 다녀오는 여행과 그 다음 여행을 목놓아 기다리며 헉헉 대는 사람들에게, ‘나 자신과 깊은 우정을 쌓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렇게 빨리 만들어진 책이 있을까! 이 책의 원고가 만들어지기까지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저자가 작가 친구들에게 메일을 보내 하루만에! 642개의 질문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오늘의 하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청바지"라는 키워드만 써있기도 하고, “당신은 큰 여객기를 운영하는 기장이다. 그런데 곧 비행기가 추락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승무원들과 승객들에게 어떤 말을 하겠는가?”라는 질문도 있다. 처음에 이 책을 보고 너무 웃겼는데, 스스로에게도 질문하기를 좋아하는 질문충에게 아주 안성맞춤이었기 때문^^ ;;; 글을 쓰는 건 나에게, 마음 속에 있는 부풀어 오르는 가슴 뛰는 아이디어를 조심스레 세상에 내어놓을 있게 하고, 머리에 있는 쓰레기를 빨리 떨쳐버릴 수 있게 하는데, 그런 글쓰기의 시작을 어떻게 할지 모를 때 도움이 되는 재미있는 질문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좋았다. 글쓰기를 처음 해보는 사람들에게 좋은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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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권을 읽고 삶의 지팡이가 되는 작은 기록들을 꾸준히 남기려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과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들에 대한 기록을 주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