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주 중요한 몇가지 결정을 하였는데, 아래는 그 결정을 도와준 한 중국인의 이야기이다.
이 글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도전을 해봐야 길이 있다는 것을 안다"이다. "走出去"가 한국말로 직역하면 진짜 "나아가다"인데, 의역을 하면 한 경계, 자신이 속한 안전지대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글에는 한 집배원의 이야기가 나온다. 농촌에서 밭갈다가, '무서운 사람들만 살고 있다는' 대도시 베이징에 와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하나하나 일을 배워가는 이 사나이는 아무리 힘들어도 하하하 웃으며 자기 할일을 한다. 그리고 스스로 작지만 새로운 일을 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고, 결국 조그마한 자기의 회사를 열어 작은 비즈니스부터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3년 뒤에는 '무서운 사람들만 살고 있다는’ 또다른 도시인 상하이에 가서 또 하나의 회사를 낸다. 마누라와 갓난 애까지 데리고서. 글쓴이는 그의 도전에 사뭇 경악하며 이야기를 끝맺지만, 사실 그 사람이 오년, 십년, 이십년 뒤에는 진짜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지금의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의 마윈도 1995년에 이렇게 시작한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
무엇보다 이 글에서 좋았던 것은, 처음에 "도전을 해봐야지 길이 있다는 것을 안다"에서, 끝에는 "도전을 해보면 그게 다 길이었더라"라고 끝맺은 것이었다. 둘다 도전을 긍정하는 말이지만, 사뭇 느낌이 다르다. 전자는 울타리 밖에도 하나의 길이 정해져 있어 올곧게 따라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면, 후자는 동그란 울타리가 하나의 시작점처럼, 수많은 실타래와 다양한 길로 이어져 있는 뇌세포의 한 지점 같이 느껴지게 해 생명력의 생동을 선물한다. 전자는 긴 혜성의 꼬리 같다면, 후자는 수억개의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찬 우주 같은 느낌. 울타리의 문을 여는 순간, 생동감으로 가득한 풀밭에 한발을 내딛는 듯한 느낌.
출처 : vector stock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점점 더 소심해져 간다고, 나만 아는 자폐증 환자처럼 고독해져 간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쩌면 '고독'이 아니라, 자신이 쳐놓은 안전대를 치우기가 귀찮아서 느끼는 '게으름'일 수 있다. 고독한 게 아니라, 귀찮고, 내가 뭘하고 있는지 몰라 괴로운 것이다. 물론 학교에서, 직장에서 뛰쳐나와야지만 그게 잘하는 것이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가 아니니까. 분명 현실은 직시해야 한다. 하지만결국 무언가를 놓고 '뛰쳐나옴'이 있는 용기를 지닌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깨달음, 결국 안전대 밖에는 더 큰 세상이 펼쳐져 있더라, 이 길만이 그 길이 아니었더라, 그게 다 길이었더라고 느끼는 이 각인, 울림, 생동이 참 맘에 들었다.
우리는 왜 남의 성공을 질투하는가?
어쩌면,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지만서도 쉬이 포기하지 못해, 타성에 젖어 있어 스스로에게 느끼는 분노를, 뛰쳐 나가버린 혹은 자기와는 다른 타인을 향해 투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참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 문장이었다.
두서 없어졌지만, 참 좋은 시기에, 좋은 울림을 준 글을 만나 감사하다. 앞으로도 새로운 용기와 새로운 기쁨을 선물해주는 좋은 글,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면.
- 2015년 12월
이 글을 쓴지 사 년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실 위에 말했던 '중요한 결정'은 스타트업에서 제대로 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많은 선배들이 가지 않은 길이라 무서움과 두려움을 수도 없이 느꼈지만, 지금에야 돌아보니 한해 한해가 지날 때마다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나를 찾아서 왔다는 생각이 든다.
‘핵심’이 아닌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일을 위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아서 좋다.
적어도 상사를 욕하며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내 프로덕트가 전세계로 나아가는 꿈을 꾸며 다녀서 좋다.
그런 비전에 공감하는 든든한 동료들이 있어서 좋다.
비록 힘들고 지치고 버겁지만 그만큼 성장하는 게 하루하루 느껴져서 좋다.
당장 일년 후, 반년 후, 세달 후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이런 불확실성이 변태 같이 떨리고 좋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는 세상, 평생 직장이 없는 세상이라고 다들 불안해한다. 나는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안정적인 것이 한없이 불안정적이고, 불안정적인 것이 한없이 안정적’이라고 믿는다.
크고 이름난 회사 좋지. 그런데 평생 회사가 시키는 일만 하다가 10년 뒤, 20년 뒤 세상에 나왔는데 자기 이름 걸고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작은 것이라도 직접, 스스로 만들어나갈 능력이 있는 사람이 이런 세상에서 long run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정해진대로 한 줄기 길처럼 쫘악 펼쳐지지 않는다는 것.
나가봤더니 행성처럼, 은하수처럼 뒤죽박죽이지만 많은 길이 쏟아진다는 것.
당장 내일 죽을 수 있는 인생, 누군가에게 떳떳하기 위한 정해진 길이 아닌 나 스스로에게 떳떳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삶을 사는 게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누군가 이 생동의 밭에 발걸음을 내딛을까 고민한다면 기꺼이 손을 뻗어서 부축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