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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원 Dec 11. 2020

2020년 당신의 사자성어는 무엇인가요?

인생은 짝짜꿍

2020년 당신의 사자성어는 무엇인가요

매년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카톡방에 올리는 말이 있다.

당신의 올해의 사자성어는 무엇인가요?


언제부턴가 한해를 정리하고, 다음 해를 준비할 때, 내가 생각하는 올해와 내가 바라는 내년을 사자성어로 표현해보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네 글자 안에 한글자 한글자 뜻을 담을 수 있고, 시의적절하게 쓸 수 있는 유래가 되는 상황까지 연결되어, 자신이 처한 어떤 상황을 이렇게만큼 잘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은 흔치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걸 혼자 하면 거기까진 좋은데, 꼭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의 올해의 사자성어와 내년의 사자성어를 묻는 버릇까지 생겨 연말연시마다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고, 이게 매년 반복된다는 것..

더 자세한 유래는 작년에 썼던 이 글에서 참고...


코로나 이 놈...

마치 20이 두번이나 반복되어서 엄청나게 휘황찬란할 것  같았던, 새로운 10년의 밝은 시작일 것 같았던 2020년은 코로나가 훔쳐가 버렸다.

4월 즘에면 없어질 것이라고 보았던 것도 잠시, 이것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린 것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원래 올해를 시작하면서 2020년의 사자성어가 되길 바랬던 것은 '괄목상대'였지만, 다양한 의미에서 전략 수정이 필요했다.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매달은 힘들고 방황했던 때가 많았던 2020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을 때, 살짝 마음 시리게도 다들 활기차게 기대했던 2020년과는 다른 반응들이 많았다. 


그래서 최혜원의 올해의 사자성어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고장난명이다.

우선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다.

from 네이버 사전

한마디로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 즉 뭐든지 짝짜꿍이 맞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 운과 시기가 맞아 주어야 한다. 

글로벌 사업의 원년을 지나, 큰 투자금을 받고 훨훨 글로벌로 날아갈 것만 같던 회사는.. 그렇기는 했지만 정말 다사다난했다. 한달의 반은 해외에 나가 있었고, 태국도 0박 2일로 다녀오는 스케줄이었지만, 올해는 2월의 일본 출장을 마지막으로 밖에 나가지 못하였다. 물론 사업이라는 게 꼭 얼굴을 보고 진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B2B든 B2C든 그 나라의 정취를 느끼고 직접 땅을 밟으면서 그 나라 사람들을 만나면서 펼쳐나가는 역동성과는 비교가 되는 제약이 있는 법. 글로벌 사업을 펼쳐나가는 입장에서는 해외를 나가지 못한다는 게 아주 답답했던, 텁텁한 먼지를 입 안 한 가운데 가득 물고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기다리며 조용히 타자를 두들기고 있는 기분이었다.


반대로, 지표는 기가 막히게 성장하였다. 3월까지만 해도 한국이 지탄을 받을만큼 중국과 한국에서만 머물 것 같던 코로나 지표는 4월부터 시작하여 다른 국가들에서 더 심각하게 폭발하기 시작했고, 메인으로 보고 있던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등 모든 국가에서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모바일로, 그것도 가장 보수적이라는 '교육'이라는 industry가 우아하게 넘어오는 데에는 그래도 5년에서 10년은 걸리지 않을까 예상을 하고 있었던 이 때에, 코로나 때문에 너무나 폭력적이게도 그 시대가 '와 버렸다'. IT와 친하지도 않은 선생님들이 집에 wifi도 안 깔려 있는 상황에서 모든 학생들과 '라이브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은 보통 난이도가 아니다. 그나마 한국이나 일본은 집에 태블릿이나 PC라도 있고 기본적으로 팡팡 터지는 wifi 등 인프라가 있지, 인도네시아, 인도에서는 놀랍게도 집에 wifi가 있는 집들의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고, PC는 물론이고 핸드폰도 4-6명으로 이루어져 있는 가족 중 아버지 혹은 어머니 폰을 나누어 쓰고 있는 실정인데, 이런 학생들에게 갑자기 학교에 오지 말고, 집에서 번뜻한 문제집들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몇달째, 그것도 제대로 된 훈련도 되지 않은 선생님들에게 '온라인으로 교육 받자'는 것은 가히 폭력적인 상황이다.

전세계가 큰 충격을 받았던 4월의 교육 모바일 앱 다운로드는 3달 전인 1월대비 60%나 껑충 뛰었고, 지금은 점점 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모바일로라도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앱들의 트래픽이 말그대로 '폭증'하였고, 콴다는 그 수혜를 받은 몇 안되는 운 좋은 서비스 중 하나였다. 지난 해 같은 날에 비교하면 1년만에 5배가 늘어서 750만 MAU를 찍었으니 말이다. 그만큼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급하게 일들을 벌여야 했고, 그만큼 모두가 힘들었지만, 결국은 해내었다.


이걸 보면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불편한 게 많았지만, 결국에는 서비스 지표상에는 큰 도움을 받아 회사 전체적으로는 좋은 상승세를 탔으니, 일이 잘 되려면 모든지 운과 시기가 같이 맞아떨어져야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통감했다. 


(2) 팀이 있고, 그들의 에너지 레벨도 같이 박수쳐야 한다

새로운 국가를 계속 키우고, 속도도 계속 빨라지다보니 팀도 많이 커졌다. 연초에 2명으로 시작했던 팀이, 이제 부서로 커졌고 나는 22명을 모시고 있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나고 들어왔고, 정이 많은 터라 작별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었고 자괴감을 많이 느꼈다. 과연 비전이란 무엇인가, 성장이란 무엇인가, 어떤 것을 약속해야 하고 어떤 것은 끝까지 책임져야 하고 어떤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포기해야 하는가. 다행히 회복을 어느 정도하여 2020년을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 새로이 꾸려진 프로젝트들에서 다들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으쌰으쌰하고 있는 팀원들을 보며 무한한 감사를 느끼면서 내년을 기획해보고 있는 요즘이다. 


회사 소개 페이지에 한문장씩 쓰고 해시태그를 달 수 있다고 해서 다음과 같이 걸어두었더랬다. 


#IMPACT #TEAM #WINE

그만큼 Team이 중요한 나란 사람.. 내년은 더 좋은 팀원들과 함께, 더 맛있는 와인을 많이 마시며, 더 큰 임팩트를 내볼 수 있길 기대한다. 



(3) 본질적으로 내가, 박수치는 그 건너편에서 손을 내밀고 있어야 한다

시기가 아무리 좋아서 돈도 들어고 좋은 사람들도 들어오고 좋은 사업기회도 들어온다면 모든 일이 잘 될 것 같지만, 가장 본질적으로는 그것을 맞이하는 내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겠다.


역마살이 걸렸다고 놀림을 받을만큼 여기저기 놀러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집에 24시간만 갇혀 있어도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다고 징징대던 나에게,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코로나는 그만큼 폭력적이었고, 이 상황들이 몰고 오는 여러 연쇄 반응들은 나를 더 우울의 심연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친구들이 불러도 모임에 나가지 않았고(오해를 많이 받았지만 정말이었단다 친구들아), 일하는 것 외에 약속도 따로 잡지 않았고, 집에서 일주일 넘게 나오지 않고 칩거했던 때도 많았다. 그리고 너무나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메신저, 메시지 천지에 질려서 카톡 답장도 느릴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그만큼 여러 생각의 구렁텅이에 빠져서, 슬픈 일들을 잊으려고 더더욱 일에 몰두했던,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렇게 좋지는 않았던 악의 순환 속에 스스로를 던져 놓았던 것이었다. 


사실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바뀌었다. 코로나가 없어지기만을 기다리며, 다음 달, 그 다음 달을 염원하는 게 아니라, 이미 바뀐 패러다임을 인정하고, 이 상황에서 어떻게 나름의 재미를 찾으며 살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지혜로웠을 터. 머리로는 '나는 쿨하니까 인정하지~' 하면서도, 이전과는 너무나 달라진 상황들을 100% 끌어앉지 못한 채, 방구석에서, 혹은 회사에서도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었었다.


물이 들어왔을 때, 내가 적극적으로 화답하며, 박수를 짝짝 잘 칠 수 있도록 기본기를 잘 다지자. 그리고 워렌 버핏도 말했듯이, 인생에 날아오는 모든 공을 홈런을 칠 수는 없다. 인생에 몇번이라도 제대로, 정확하게 맞춘 홈런이 있다면 그게 정말 성공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자리 잘 잡고, 포즈 잘 취하고, 날아오는 공을 잘 응시하자. 


하나라도, 제대로.



갤럭시노트 펜으로 한자쓰기를 좋아한다. 아이폰으로 못 가는 이유..;;

무엇이든지 짝짜꿍이 잘 맞아야 한다.

올해 몇개는 잘 맞았고, 몇개는 어긋났다. 

얼마 남지 않은 2020년의 며칠들에 내밀어 줄 손바닥을 몇개만 더 맞춰 보려고 한다. 예전처럼 거나한 송년회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연락합시다. 안부 물읍시다. 우리 손바닥 한번 맞춰 봅시다.


그래서 묻습니다. 저는 이런데,

당신의 2020년의 사자성어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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