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혜원 Dec 26. 2020

최고의 책을 골라 드립니다

최혜원의 일주일서 책 추천

2020년을 책으로 회고하며

총 60권의 책을 읽었다.


여름에는 정신이 없어 책을 멀리하긴 하였지만, 365/60 = 6.083이니까 대략 6일에 한권씩을 읽었으니, 일주일에 한권은 읽고 기록을 남기자는 나와의 '일주일서' 약속을 어느 정도는 지킨 한해였다.


리스트업하다 보니 많은 수의 배수이기도 하고, 예쁜 조합으로 60권으로 딱 맞아 떨어져서 이것을 데이터화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하다보니 내가 이번 해에 어떤 주제에 집중하였고, 어떤 분야에서 선인들의 지혜를 본받으려 했는지가 보여 재미 삼아 이것저것 해보았다.


60권 중에서도 기억에 남았던 49권을 꼽아 한땀한땀 만든 꼴라주..



카테고리별 분류

카테고리별로 나누니, 역시나는 역시나, 경제/경영 분야가 압도적이었다.


나름대로 넓게 읽는다고는 하지만 분야별 편독이 심한 편이다. 보통은 반년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호기심의 영역이 바뀌어, 그 분야의 책들을 옮겨 가면서 읽는 편이다. 원래 어쩔 땐  종교, 어쩔 땐 중국 철학, 어쩔 땐 창업 등 다양하게 관심 분야가 왔다갔다 하였는데, 아무래도 최근 2-3년간은 아직도 경제/경영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데이터를 보면서 내가 너무 편협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제는 그래도 하나라도 제대로 파면서 끊임없이 호기심의 불꽃을 살려 두는 게 어딘가, 너무 인생을 힘들게 살려고 하지 말자라는 미화(?)로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다.


여기까지 오니, 경제/경영 안에서도 어떤 세부 분야에 호기심의 추를 더 두었느냐 살펴보는 게 더 가치 있어 보였다.  


주제별 분류

그렇다. 삶에 대해 관심이 많다.

왜 사냐곤 물으면 결국 행복하고자,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자, 그냥 태어났으니 등등 많은 정의들이 있다. 하지만 이 하나하나가 '삶'에 대한 각자 나름대로의 생각의 결과물이 묻어 있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은 삶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일구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고, 이를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은 남들이 삶에 대해 쓴 기록을 찬찬히 바라보는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 '삶'이라는 키워드는 내 관심사 중 으뜸 중 하나로 군림하리라.


올해의 큰 변화는 투자 키워드가 삶과 동일한 비율의 공동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2020년에 가장 잘한 일, 못한 일 모두 '투자'와 관련된 일이었다. 지금까지 경제학과 출신 치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밝히고 돈에 대해 공부한다는 것을 천박까지는 아니더라도 굳이 그래야 하나 삶에 다른 많은 좋은 것들이 있는데,라는 아주 선비 같은 태도로 살아왔더랬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올해 큰 시장의 변동을 보면서, 그리고 '자본'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면서, 적어도 내 삶의 중요한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돈이 나를 좌지우지하지 않는 기본적인 경제적인 자유를 얻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관점이 바뀌게 되었고, 그 첫 시작으로 많은 모험과 의사결정을 했다.


큰 실수를 했었고, 머리가 멍해졌다. 잘 알지도 못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눈 먼 시도를 해왔던 것들을 정리하고, 처음부터 시작했다. 그러면서 종목 투자를 추천하는 책보다는, 대가들이 어떤 기준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그 관찰의 결과를 어떻게 의사결정으로 도출하는지 그 관점을 배우고자 대가들의 책들을 많이 읽은 것 같다. 당연히 한번 읽는 것으로 그들의 혜안을 모두 내재화하진 못했으리라. 다만, 같은 시장의 흐름을 보고 대가 1은 이렇게 말하고, 대가 2는 완전히 반대로 말하는 것을 보면서, 결국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에는 내가 나름대로 만들어낸 나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배웠다.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할지는 그 누구도 정확히 말해주지 않고, 무엇보다 그 책임은 온전히 내가 지는 거니까. 공부도 안하고 혼자 훌쩍이고 있는 겁쟁이는 되지 말자고 깨달았던 일년. 지금은 적어도 스스로에게 떳떳한 기준과 결과들을 얻었다.



추천 정도에 따른 분류

페이스북에 "최혜원의 일주일서"라는 제목으로 한달에 한번은 추천을 올린다.

왜 독후감을 굳이 공유하는가?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무엇보다 책 추천을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들이 필요하고, 이것들이 맞아 떨어질 때 엄청난 희열을 주기 때문이다.

첫째,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명확히 알고, 수많은 정보들 중에 어떤 게 좋은 거고 어떤 게 별로인지 파악할만큼 평소에 잘 알아놓아야 한다

둘째, 평소 때 주변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어떤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 기꺼이 그 사람에게 무언가를 추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런 이유들로 인해 서로 주고 받는 책 추천을 아주 즐거워 한다. 그리고 얼굴을 알지 못하는 익명의 브런치 독자분들과도 이런 에너지를 알게 모르게 주고 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또 소소한 즐거움이 없다.

그래도 3분의 1이나 완전 추천이라니... 올해 헛 살진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서론이 길었는데, 올해 읽었던 책들 중 '완전  추천' 책들을 공개하고 '완전 추천'을 드리려고 한다.

60권 중에 1등급으로 뽑힌 17권의 책인데, 하나 하나가 주옥 같다.

기준은 나의 관심사 적합도, 깊이, 재미 등등 다양한데, 결국은 나름대로의 주관이 많이 담긴 분류다.


17권 너무 많다, 이 중에서도 7권만 뽑아달라..라고 하면 top 7을 이렇게 뽑겠다.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파다고니아, 파도가 칠때는 서핑을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디즈니만이 하는 것

마지막 강의

일하는 마음

하드씽


아니다! 이것도 많다, 그 중에서도 top 3을 뽑으라고 하면, 아래와 같이 뽑겠다. 그리고 나름대로 60권 중에 top 3, 즉 상위 5%에 꼽힌 책이니 지면을 할애하여 더 긴 추천사를 써보려고 한다.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마지막 강의

일하는 마음


Top 1 -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이자 CEO였고, 2003년 상장 후 회사를 떠나 실리콘밸리의 전설로 남아 있는 마크 랜돌프가 최초로 공개하는 '아주 자세한', 2002년 상장 직후까지만 다루는 넷플릭스 초기 이야기이다. '신화'가 아닌, 담담한 회고글이어서 좋다. 아발론을 타고 매일 아침 리드 헤이스팅스(현 넷플릭스 CEO)와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며 토론했던 출근길, 몇백개의 아이디어 중에 나왔던, 아내조차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고 말했던  DVD 온라인 주문 비즈니스 모델.


어떻게 빠른 린 테스트를 했는지, 초기 팀을 누구로 어떻게 꾸렸는지, 200만 달러 시드 투자를 어떻게 받았는지, 넷플릭스 출시 후 잘못 보낸 음란 DVD 등 시시콜콜한 문제해결을 어떻게 해왔는지, 제프 베조스를 직접 만나 아마존의 인수 제안을 어떻게 거절했는지, 개인의 성장속도보다 회사의 성장속도가 더 빨라 '너가 CEO하면 어려워'라는 말을 듣고 회사를 넘겨준 그날 저녁 황혼의 이야기, 고객이 늘수록 돈이 빠져나가는 역설을 어떻게 반전시켰는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를 먹은 넷플릭스의 월 구독 서비스가 어떤 세가지 아이디어를 짬뽕한 아이디어인지 등등.. 지금까지도 이어내려져 오고 있는 신화와 에피소드들을 이렇게 생생한 경영자의 말로 읽을 수 있다니, 읽는 내내 감탄하며, 밑줄 치고, 메모를 적으며 좋아했더랬다.


경영자임을 떠나, 자신이 일군 사업체를 바라보는 관점, 사랑스러운 가정을 생각하는 관점,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를 온전히 문제로서 접근하며 풀어내는 관점을 보며 그는 성숙한 어른, 배우고 싶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제 이 단계부터는 당신이 일군 사업체의 경영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기 손으로 데리고 온 사람에게 들으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그는 이 부분을 회상할 때 처참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고, 회사의 성장속도보다 자신의 성장속도의 기울기가 가파르지 않다는 것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CEO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렇게 유명한 '거침없는 솔직한 피드백, 그리고 자유와 책임이 주어지는 넷플릭스의 문화'가 그와, 그가 신뢰하는 리드 등의 다른 경영자들과 직원들에게서 어떻게 나온 것인지 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Top 2 - 마지막 강의

미국에서 잘 나가는 젊은 가상현실 분야 교수가 갑자기 췌장암으로 죽게 되면서 그가 하게 된 강단에서의 마지막 강의를 앞에 두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놓고 죽음을 다루는 책치고 <숨결이 바람처럼> 같이 전혀 우울하고 슬프지 않다. 오히려 디즈니랜드에 온 것처럼 삶을 어떻게 즐겁게 살 수 있는지(실제로 디즈니 광팬이어서, 디즈니에서 일한 것, 디즈니에서 가서 논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남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들을 실질적으로 도와주며 얻는 환희는 어떤 기분인지, 남들은 다 안된다고 했던 거절을 어떻게 자기만의 방법으로 이루어내는지, 훌륭한 아버지, 훌륭한 남편은 어때야 하는지 차근차근 재치 넘치는 그만의 목소리로 풀어 나간다. 삼촌의 차에서는 장난치지 말라고 조카들에게 엄중히 주의 주는 누나 앞에서, 곧바로 코카콜라 캔을 따서 카시트에 부으면서, "사람이 더 중요해!"라고 외치는 이해할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자, NASA에서 초청하여 강연을 하게 할 만큼 한 분야에서는 내로라하는 학식을 가지고 있는, 그 기회를 스스로 쟁취해나가는 멋있는 어른이었다. 머리가 새하얀 어르신은 아니었지만, 이 젊고 혈기왕성했던 교수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통해 그가 정말 well-rounded, 성숙한 어른이었다는 것만은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다친 사자라도 으르렁 거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거야. 자만심하고 다른, 인간에 대한 존엄성, 자부심 같은 것이라고."

https://www.youtube.com/watch?v=4hAdZ3lTbgE

랜디 포시 교수의 실제 마지막 강의 / 이런 동영상이 남아 있고 보존할 수 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마지막 순간에도 굳이 강의를 하고야 말아야겠냐는 부인에게 차근차근 호소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나랑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에 그가 ENFJ 혹은 INFJ는 아닐까 생각했다 ㅋㅋ (feat. MBTI 맹신자 / 찾아보니 INFJ 맞았다) 고통스러운 죽음의 순간 앞에서도, '내가 당장 내일 사라진다면 이 세상에 어떤 지혜를 남길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래서 그 와중에 마지막 강의를 했던, 그 강의도 너무 재미있고 즐거운 프레젠테이션으로 잘 승화해낸,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저자를 보며, 눈물 고인 웃음을 내내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배우고 싶은 어른'의 정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머릿속에 정리해왔던 그 모습이 랜디 포시 교수가 보여줬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끄덕이면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이 책을 주변 지인에게 추천하고 싶다. 당신은 배우고 싶은 어른인가. 죽음 앞에서 의연하게, 세상에 어떤 것을 남길 수 있을까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인가.


Top3 - 일하는 마음

from 출판사 어크로스

내가 흠모하는 제현주 대표님의 담담한 ‘일'과 ‘나'의 이야기.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걸어야 하는 스타트업계에서, 여성으로서, 남들과는 너무 다른 자기 자신으로서 어떻게 바로 서야 할지에 대해, 그런 삶을 온전히 살아내고 있는 큰 사람의 담담하고 솔직한 이야기는 정말 강력하다. 어떻게 이렇게 담담하면서 마음에 박히는 글을 쓰시는지 부러웠다.


이 책이 강력한 이유는 일을 하는 기준이 세상의 기준과 결과물 의미에서의 성과가 아닌, 일을 같이 하는 사람들, 그 과정, 성과의 준거를 자기 자신에게 찾으라는 것. 그리고 그 와중에도 잘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는 높은 기준을 가진 나 자신을 그냥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 일과 삶을 넘나들며 다종다양한 대화를 이해관계의 얽힘없이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모임과 동심원들을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것.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과, 내 일에서의 재미, 일밖에서의 재미를 계속 느끼며 살아가야 함을 다시금 일깨웠다.


아래는 읽으면서 형광펜 쳐놓았던, 울림을 주었던 발췌글 몇 줄..

아직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알지 못하는 일에 몸을 던지길 좋아하고, 그 일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되어 또 한뼘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정한 하나의 직업 안에서 스스로 마비되기보다는 어떤 가능성의 네트워크에 자신을 위치시키세요.

아직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알지 못하는 일에 몸을 던지길 좋아하고, 그 일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되어 또 한뼘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것만 있으면 충분하다 싶을만큼 좋아하는 게 있어요?

불편함을 나눌 자리 : 일과 삶을 넘나들며 다종다양한 대화를 이해관계의 얽힘없이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자리, 내일의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자리

나를 중심으로 얼마만큼의 동심원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가


마치며

이 세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배우고 싶은 어른'이다.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세상의 기준과 목소리에 따른 성과가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나름의 기준과 가치관을 정립해나가며 조용히 한발짝 한발짝 겸손한 성취를 해나가는 그 과정인 사람들. 이런 길을 가는 이들의 뒷모습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돌이켜 보면 올해의 독서지도는 투자든, 경영자든, 부모님이든, 친구이든 '그런 배우고 싶은 어른'을 찾아헤매는 여정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과정이 그런 분들의 뒤를 따라가는 여정일 수도 있겠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이 내년은 한 단계라도 더 배우고 싶은 어른이 되기를,

한 분이라도 더 배우고 싶은 어른을 찾아뵐 수 있는 희망찬 한해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



<구독>을 눌러 주시면 책쟁이의 책 추천을 주기적으로 받아보실 수 있답니다 :) 구독 클릭!

매거진의 이전글 CEO이기 이전에, '배우고 싶은 어른'의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