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에...
2020년 8월에 쓴 글이다. 힘든 마음에 휘갈겨 쓴 일기같다. 그때의 나는 이런 생각으로 힘들어했구나.
전혀 정리되지 않은 글이라 지우려고 했지만, 2년 사이에 내가 얼마나 단단해졌는지 알려주는 지표같아서 남겨두려고 한다. 새삼스러운 기분이다. 2년 전의 내게 말을 걸 기회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나는 이제 타인의 마음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사랑받고 싶어 아등바등하지도 않는다고. 그냥 나 스스로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안 될 줄 알았는데 그게 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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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만 이럴까. 다들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내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모든 게 어려울까. 부모님께 사랑받는 것도 친구들에게 사랑받는 것도 그외 불특정다수에게 사랑받는 것도 왜 나만 이렇게 어려울까.
현대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대인관계라고 한다. 검색창에 검색만 해봐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어렵다고, 사람들이 나를 어색해하는 것 같다고, 사람들이 나를 소외시키는 것 같다고, 그리고 나만 친구가 없는 것 같다고. 하지만 막상 현실을 살다보면 그런 고민은 나만 떠안고 있는 것 같다.
다들 각자 여러 친구 무리를 두고 여행도 다니고, 모임도 가지고, 시도 때도 없이 약속을 잡는데 왜 나는 연락할 사람이 하나도 없지?
어느 날부터인가 이 사실이 무서워졌다. 나만 이렇다는 건 내가 문제가 있다는 뜻과 같이 느껴졌으니까. 그러고 보니 하나하나 아귀가 들어맞는다. 사람들은 나와 있을 때 어색해 보인다.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핸드폰을 보고 TV를 보고 또 다른 행동을 하기를 원한다. 여기에 다른 사람이 추가되면 어색했던 분위기는 사그라진다. 아, 역시 내가 문제다.
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 뭐가 문제인지를 알아봐야 한다. 가만히 앉아 생각을 해보니 좀체 모르겠다. 무엇 하나로 특정짓기에는 내가 나를 모른다. 아, 나는 다른 사람들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대인관계가 너무 힘들어서 얼마 전부터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아마 지금 내 성격 형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을 어린 시절부터 파헤쳤다. 응. 그렇네. 나 좀 불쌍하게 컸네. 성격이 이상해질 법도 하네. 사람들을 사귀지 못할 법도 해. 근데 그래서 뭐?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나는 뭘 바꿔야 하지? 뭘 해야 나도 사랑 받을 수 있어? 해결되는 건 없다. 그냥 내가 이런 문제가 있고 이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생각하게 된 것 밖에.
이게 모든 치료의 첫걸음이란다. 그런데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는 않고 자꾸만 마음은 외롭기만 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사람을 대하는 건 여전히 어렵고 나는 사람들에게 쉽게 상처받는다. 나만 빼고 다 친한듯한 느낌이 들 때마다 이 무리에서 내가 빠져도 아무렇지도 않겠구나,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니까.
문제를 아는 게, 그 순간의 내 감정을 아는 게 모든 치료의 첫걸음이라고 하는데 나는 딱 첫걸음만 떼어놓고 지지부진이다. 정말로 모르겠다니까. 사람들하고 어떻게 해야 잘 지낼 수 있는 거야? 나는 사람들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 나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글을 쓰면 조금이라도 정리가 된다고 했는데. 역시 모르겠다. 나 혼자서는 알아낼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이리저리 상담도 많이 받아보고 책도 읽어봐야 알 일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있다. 이 치료의 목적이 누군가에게 사랑 받는 내가 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신경 쓰지 않는 내가 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음, 썩 내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라는 게 결국은 내 안의 결핍에서 비롯된 거라고 하니, 일단은 마음을 비워야겠지. 근데 다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정말로 사람들이 어떻든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나? 역시 나만 이게 안 되는 걸까?
늘 그랬지만, 오늘따라 참 궁금하다. 정말 사람들은 나만 빼고 다 괜찮은 건지. 아니면 다들 괜찮아 보이려고 아등바등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좀 처참한 기분이다. 아무것도 제대로 되지 않는 기분.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기분. 언제쯤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