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
까치는 베개에 머리만 대면 깊은 잠에 골아떨어지는 낙천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요즘 몸이 허해졌는지 한 번씩 악몽을 꾸곤 한다. 그럴 때마다 까치의 베개는 수면패턴을 분석해 약한 전기충격을 준다. 까치는 덕분에 악몽에서는 벗어났지만 다른 이유로 밤잠을 설쳐야 했다.
까치의 하루 일과는 화장실에서 시작한다. 그의 변 상태를 분석한 뒤 대장건강 적신호를 발견하고 경보를 울리며 가까운 병원에서의 검진을 권유하는 변기, 기온이 떨어지면 따뜻해지는 발열 티셔츠, 해가 강하게 내리쬐면 자외선 지수를 안내하는 선글라스, 사진을 찍을 때마다 피사체의 정보를 검색하는 카메라, 드라마 주인공이 입은 옷과 가방의 가격을 알려주는 텔레비전…
”넌 나에게 중요할거라 예상되는 수많은 정보를 계속해서 알려주겠지. 하지만 난 그런 데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 뭘 보고 무슨 생각을 하든 그건 내 자유야. 멍 때릴 시간 좀 달라고. 난 때때로 좀 서늘한 것도 좋아. 아무 것도 지레짐작하지 마.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좀 남겨두면 좋겠어. 날 이제 그만 내버려 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