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오늘 구석구석 서울여행의 목적지는 양재천이다. 아무 때나 선선하면 산책하러 가는 곳인데 뭐 얼마나 새로울게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천천투어라는 하천 탐방 프로그램을 예약했다. 그렇지만 역시 오해였다.
투어를 위해 삼삼오오 모인 가족들과 카트를 나눠타고 맨 뒷자리에 앉아 그간 걸어다닌 길을 거꾸로 달리며 마주 오는 산들바람을 즐겼다. 제일 먼저 우리 가족이 자전거 타다가 쉬어가곤 하던 익숙한 굴다리 밑에 도착해 카트를 세우고 아이들이 둘러앉아 하천을 맑게 해 줄 EM공이라는 황토볼을 함께 만들어봤다. 주물럭 주물럭 촉감놀이 후 미생물이 잘 번식해 곰팡이가 살살 핀 공들을 하천에 하나씩 던져줬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오리들의 아지트. 키만큼 무성하게 자란 수풀 사이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는데 평소에 와보지 못 한 곳이다. 흰 오리, 청둥오리, 블루스웨덴이라는 크고 검은 오리와 거위들까지 한데 뒤섞여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다. 배운걸 조잘조잘 얘기하길 좋아하는 딸이 수컷 청둥오리가 암컷보다 화려한 이유도 들려줬다. 이유가 뭐긴? 꼬실려고! 텃세 부리는 놈이 없어서 그런지 미운 오리 새끼는 안보인다. 산책 나왔다가 가끔씩 오리 한 마리 발견하면 그렇게 좋아했는데 여기 다 모여있었구나. 먹이를 뿌려주고 마지막 체험구간으로 향했다.
양재천 하류 쪽이라 물살이 잔잔한 구간이었다. 구명조끼를 입고 미리 대기중인 뗏목에 올랐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뗏목 위에서 매미소리를 들으며 물과 함께 흘러가는 기분을 한동안 느껴본 뒤 미꾸라지들을 하천에 풀어 여름에 많이 생기는 모기알을 없애주기로 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하루에 천 개씩 모기알을 먹어치운다고 한다. 나란 인간이 아무리 손뼉을 쳐봐도 한 마리 겨우 잡을까 말까 한 것을 미꾸라지 너 정말 능력자야. 너희는 그저 주어진대로 살아갈 뿐인데 그게 누군가한테 이렇게 큰 도움이 된다니! 그리고 그 미꾸라지는 양재천에 사는 왜가리의 먹이가 된다고 한다. 앞서 받은 미꾸라지가 너무 미끌거려 몇 번을 놓치는 바람에 뗏목 위에서 호흡곤란으로 죽을 뻔 한 걸 겨우겨우 잡아 하천에 풀어주니 수염을 휘날리며 강바닥 깊숙한 곳으로 줄행랑을 친다. 너는 앞으로 남은 생이 더 소중하겠구나. 모기알도 많이 잡아먹고 왜가리의 기습공격도 오늘처럼 잘 피해가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