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반복

by 해우소

큰 형이 제 수준에서는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남동생을 돌보고 아빠와 엄마가 자신들의 두 아들을 돌보고 딸과 사위가 장인 장모를 돌보고 며느리와 아들이 어머니 아버지를 돌보고 우리는 서로서로 돌보고 돌아보고 빙글빙글 돌고 돌보고 돌아보고 우연히 스텝 밟은 이 시작도 끝도 없는 팔자 춤을 저 세상 계획인 척 추고 추고 또 추고


누가 이 춤 준비했나 요렇게

누가 이 춤 준비했나 저렇게

아이 참 재미있다

누가 춤 출 준비 되었겠나

우리 중 아무도

그저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고


이리저리 무한루프 팔자 스텝을 신나게 흥겹게 속삭이듯 비밀스럽게 취한 듯 밟으며 우리 안에 숨겨둔 태초의 춤 이 세상 누구나 다 아는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아무도 모르는 것 같은 그 춤을 추면서 세상 자유로운 대한민국 꾀꼬리같이 날카롭고 높은 목소리로 때로는 무거운 나팔소리같이 울려퍼지는 인민군 땅굴파는 저음으로 노래하며 일본 만화영화 짱구처럼 엉덩이를 실룩실룩 흔들며 박수 함께 치면서 이끌어주는대로 가보는거지 뭐


원시부족과 조상들 부모님과 우리들 모두 자신의 아들을 사랑했을 것이고 그 아들도 자신의 아들을 사랑했을 것이고 그 아들의 아들도 마찬가지였을텐데 도대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어 여기까지 온걸까 다시 돌아가는 길은 있을까 가슴 속 깊이 사래들린 듯 꺽꺽대며 지난 세월동안 먹어왔던 뒤엉킨 맛을 떠올려보다 메슥거려 한바탕 게워내고


사실 그건 여지껏 단 한번도 제대로 알고 싶지 않았지 어차피 지독한 냄새때문에 내 한 구석 어디 절대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음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지만 어느 누가 그 냄새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물으면 나는 모른다고 눈을 깔고 고개만 바쁘게 돌렸지 보이지 않는 곳에 처박아두고 사라졌다 믿고싶었던 쉬어돌아간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것들을 이제는 눈 앞에 꺼내놓고 하나씩 펼쳐서 들여다본다 그 오색찬란한 맛들을


뭐가 그리 무서웠을까 이야기를 하지 그랬니 그랬어 그랬구나 어제 아니면 오늘이라도 이거 아니면 저거 원해요 원하지 않아요 좋아요 싫어요 기뻐요 슬퍼요 웃어요 울어요 밝아요 어두워요 화나요 진정해요 터져요 튀어요 닦아요 숨어요 나와요 솟아올라요 가라앉아요 삼켜요 토해요 빨아요 뱉어요 들이마셔요 내쉬어요 피워요 사그라들어요


우리 모두 다 함께 박자에 맞춰서 빠르게 느리게 크게 작게 강하게 부드럽게 단호하게 유연하게 신중하게 자연스럽게 추는 춤 옆사람과 인사하고 손을 잡고 좌로 걷고 우로 걷고 빙글빙글 돌면서 혼자서도 추는 춤 둘이서도 추는 춤 셋이서도 넷이서도 마주보고 추는 춤 손에 손잡고 추는 춤 원을 그리며 추는 춤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개울을 막고있던 둑이 터진다 강물을 막고있던 댐이 터진다 수문이 열린다 폭포가 쏟아진다 우리 스스로를 지킨다고 믿어왔던 철통같은 울타리가 걷히고 이 편에서 보던 세상이 저 편에서도 보이네 똑딱똑딱 할아버지 괘종시계 째깍째깍 아날로그 손목시계 삐비비빅 삐비비빅 디지털 시한폭탄 무한대의 위력을 가진 무시무시한 그 폭탄 터지려면 얼마 남았나 확인하라 오바


모두 다 너라고 시작은 너 아니었냐고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리고 웃고 손뼉치며 맞장구치고 흙인지 똥인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던지고 화내고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에 너무나 슬퍼졌어요 착한 것 못된 것 옳은 것 그른 것 좋은 것 나쁜 것 맞는 것 틀린 것 그 모든 건 정말이지 이쪽 저쪽 손가락질 무한반복구간 벗어날 수 없는 도돌이표 아무래도 괜찮은 것 그 모든 게 앞뒤가 똑같은 것


자랑스런 우리 땅 너와 내가 만나 눈맞추고 둘이 손잡고 같이 세운 나라 어머니 아버지가 가는 길을 일러주신 행복의 나라 언젠가 그 분들의 나라이기도 했던 꿈나라 오색찬란한 무지개 다리 앞에서 두 분을 다시 만나 처음처럼 인사 나누게 되겠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어요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이렇게 포근하고 따뜻하게 저희를 보살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한 말씀 드리고 두 눈 들어 비로소 한 번쯤 볼 수 있겠지 하늘에서 당신 뜻을 이루신 것과 같이 땅에서도 이루시고 그 어느 지하세계까지 자애롭고 지혜로운 음성이 널리 퍼져나가 우리가 하나되기를 소망합니다 할렐루야 아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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