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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우소 Nov 14. 2023

흔적

일상시선

머리맡에 떠놓은 물 한 잔을 마시며

간밤 공기를 적셔준 마른 수건을 걷으며

식탁 한 켠에 펼쳐진 신문을 훑으며

막내 머리꼭대기 로션냄새를 맡으며

주름이 자글자글한 셔츠와 바지를 꾹꾹 눌러 다리며

삭아가는 속옷과 양말을 개며

염색약에 물든 누런 베갯잇을 갈아끼우며

고슬고슬 현미밥을 지으며

콩나물을 잔뜩 넣은 오징어무국을 끓이며

진한 보리차를 우리며

다가올 생일 선물을 고르며 생각한다

늘 함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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