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우소 Nov 12. 2023

청소예찬

일상시선

거울을 뽀드득 빛나도록 훔치면

흐리게 낀 눈곱을 훔친 듯 앞이 환하다


세면대를 싹싹 미끄러지도록 닦아내면

기름진 얼굴을 맑게 닦아낸 듯 개운하다


변기가 뽀얘지도록 박박 씻으면

뒷구녕 깨끗이 씻은 마냥 시원하다


타일 사이의 물때를 양치하듯 꼼꼼히 문지른 뒤

김이 펄펄 나는 뜨거운 물로 흠뻑 적셔 헹구고

구석구석 정성스레 말리는 동안


내 안에 낀 더러운 찌꺼기들이 함께 걷혀

하수구로 흐르는 걸 보면서


모든 의식은

끝난다






작가의 이전글 당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