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완두콩

by 해우소

어느 유서 깊은 왕국에 진짜 공주와 아들을 결혼시키고 싶어한 왕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왕비는 자신의 아들에게 어울릴 만 한 공주를 찾기 위해 온 세상을 뒤졌습니다. 공주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야 어디에나 있었지만 왕비는 그녀들이 진짜 공주인지 확인해야 했고 그래서 늘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왕비는 공주가 묵게 될 침실로 들어가서 이불을 다 걷어내고 작은 완두콩 한 알을 놓았지요. 그 위에 스무 장의 매트리스와 스무 장의 이불을 깔았습니다. 그리고 그 침대에 공주들을 재웠답니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숨겨진 완두콩 한 알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꿀잠을 잤어요. 심지어 왕비의 괴상한 시험은 온 나라에 소문이 나, 공주가 되고싶은 아가씨들은 밤마다 높은 이불탑 밑에 완두콩을 깔고 자며 피나는 연습을 거듭했는데도요. 결국 왕비는 자신이 생각하는 며느릿감을 찾지 못해 모두 돌려보내야만 했습니다.


어느 저녁, 무시무시한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렸습니다. 억수같은 비도 쏟아지던 그 날 누군가 성을 찾아와 문을 두드렸습니다. 왕비가 조심스레 내다보니 문 앞에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한 아가씨가 서 있었어요. 허름한 몰골의 그녀는 자기가 왕비가 찾던 바로 그 공주라고 당당히 말했어요. "그래? 그거야 곧 알아낼 수 있겠지." 왕비는 생각했지요. 그리고는 침실로 가서 이불을 다 걷어내고 작은 완두콩 한 알을 가장 깊숙한 곳에 놓았어요. 그 위로 스무 장의 매트리스와 스무 장의 이불을 깐 뒤 공주를 그 침대에서 재웠답니다. 아침이 되자 왕비가 그녀에게 편안히 잤느냐고 물었어요. "휴, 한숨도 눈을 붙이지 못했어요. 침대 속에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몰라도 딱딱한 것이 계속 걸려서 밤새도록 뒤척이느라 정말 끔찍했어요." 왕비는 마침내 진짜 공주를 찾았다며 그녀를 가족으로 맞이했답니다.


이후 공주와 함께 지내기 위해 왕비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살금살금 창문과 방문을 소리 없이 열고 닫으며 성의 온도와 습도를 맞추고 딱 적당한 윤기와 찰기가 있는 밥을 짓고, 비단옷을 주름 하나 없이 다리고, 먼지 한 톨 없이 청소를 하고, 물건들을 가지런히 제자리에 세워놓아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공주가 조금도 견딜 수 없어 했으니까요.


그 쪼글쪼글하고 딱딱한 유서 깊은 완두콩은 지금까지도 성에 가보로 전해져 내려오며 왕비의 후손들이 진짜 공주를 찾는 데 사용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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