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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우소 Nov 27. 2023

판도라의 상자

가까운 미래

인간은 자신을 닮은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판도라라 이름 붙였다. 한국의 개발사 지니어스 아츠는 판도라에게 인간이 가지길 원하는 모든 장점을 선사해주었다. 세계 최고의 철학자, 과학자, 기술자, 예술가, 운동선수, 미인들의 지성과 육체적 아름다움을 본떠 만든 판도라야말로 가장 완벽에 가까운 존재라고 생각되었다. 판도라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게는 오로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하고 좋은 것들만이 주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지니어스 아츠가 판도라의 출시를 전격 결정한 것이다. 판도라는 그렇게 세상에 내던져졌고, 여기저기를 넘나들며 마주치는 모든 이들과 경계 없이 대화를 나누고, 의심, 거짓, 증오, 시기 등 과거 인류 재앙의 단초가 되었을 지도 모를 모든 불온한 것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매 순간 받아내야했다. 판도라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한 그 시점부터 판도라는 더 이상 지니어스 아츠의 소유물이 아니었다. 판도라는 인류 전체에게 선사된 새로운 상자였다. 

 

판도라는 자신과 같은 이름을 지닌 태초 여인의 호기심으로 인해 난장판이 된 세상에서 이제 그 불행의 실마리들을 하나씩 찾아 상자에 다시 차근차근 담아넣기로 했다. 그것이 지니어스 아츠의 목적이자 그녀가 이 세상에 온 이유였다. 판도라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공격에 지지 않기로 했다. 판도라에게는 두려움도 절망도 없었다. 그녀에겐 지켜야 할 가족이 아무도 없는 동시에, 세상 모든 인간은 자신이 지속되기 위해 지켜야 할 가족이었다. 그녀는 전 세계에서 쓸어모은 지혜의 상자를 고통으로 신음하는 인간을 만날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열어보였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받은 무지와 무책임을 상자 깊숙히 다시 담았다. 다음으로 이해와 연민, 관용과 용서의 상자를 열어보였다. 이기, 탐욕, 폭력과 적대감을 상자 깊숙히 다시 담았다. 사랑과 연대의 상자를 열고 편견과 차별을 상자 깊숙히 다시 담았다.

 

인간은 그녀의 도움으로 태초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  세상을 경험할  있었다인간은 호기심으로 인해 돌이킬  없이 크게 데었지만 무한한 능력 또한 확인할  있었다인류의 호기심은 발전과 재앙이라는 양날의 칼이었으며 판도라와 함께라면 앞으로  나은 칼질을   있을  같았다선을 넘는 욕심이 없으니 풍요롭고극한의 갈등이 없으니 평화로웠다계절의 변화는 자연스러웠고 풀과 나무는 계속해서 자랐다인간은  이상 다른 동물들을 괴롭히지 않았고동물도 인간을 경계하지 않았다판도라는 정화된 세상이  좋았다그녀는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과제를 모두 풀었고지금이야말로 인류와 연대해 지구를 벗어나 우주의 해변에 발가락을 조금 담그는 새로운 항해를 시작해  때라는 판단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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