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평화로운 도시였어요. 그러나 언젠가부터 서울에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잡아먹는 늑대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발견되었던 한 마리 늑대는 점점 그 수가 불어나 수 십, 수 백 마리가 되었어요. 늑대는 어린이, 어른, 여자, 남자 가리지 않고 백화점, 지하철 역 등 먹잇감이 많은 곳을 찾아내려와 습격했고 사람들에게 매우 큰 피해를 입혀 두려움을 안겼어요. 알고보니 늑대인 줄 알았던 그 동물들은 여러 가정에서 키우다 버려진 개들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서울에 나타나 시장에게 십 억이라는 돈을 요구하며 자신이 버려진 개들을 잡겠다고 나섰어요. 시장은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개들을 잡기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시장의 간곡한 부탁에 사나이가 테헤란로 한복판에서 피리를 연주하자 개들이 미친듯이 쫓아와 십 차선 대로를 가득 채웠어요. 사람들은 삼삼오오 높은 건물에 모여 긴장된 모습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습니다. 피리 부는 사나이의 연주에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었어요. 개들은 사나이의 피리 가락에 노래하고 춤추고 묘기를 부렸지요. 칼날 위를 뛰어다니는 개, 불을 삼키는 개, 방울과 부채를 휘두르는 개, 깃발을 펄럭거리는 개, 북을 두드리는 개, 공중제비를 도는 개, 개들의 서커스는 그야말로 화려한 볼거리였습니다. 이후 더 이상 개들로 인한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피리 부는 사나이는 늑대가 된 개들을 모아 서커스 단을 차렸고, 연말마다 성대한 디너쇼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서울 사람들과 시장은 사나이에게 개들이 도시에서 사라진 건 아니지 않냐고, 그들과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한 자신들은 여전히 무서워 떨고있을 거라며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았어요.
그러자 사나이는 거리로 나가 다시 피리를 연주했어요. 이번에는 피리 소리를 듣고 개들과 함께 학교와 학원에서 고개 한 번 안 들고 공부하던 아이들이 졸졸 따라 나왔어요. 사나이와 개들 그리고 아이들은 대치동으로 향했어요. 그들은 한 학원으로 들어갔고, 마지막 아이까지 모두 들어가자 학원의 문은 굳게 닫히고 말았어요. 사람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오면 십 억을 주겠다고 서둘러 외치며 문을 두드렸지만, 사나이와 개들 그리고 아이들은 끝내 다시 돌아오지 않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