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는 없다
쿠팡에 갖혔다.
식재료, 생필품 로켓배송과 때로 쿠팡이츠 배달음식까지. 일단 실수로 버튼 누르면 주문될 정도로 결제가 간편하다. 오늘 주문하면 대부분 내일 문 앞에 도착하니, 로켓와우 회원이라면 서비스를 악용하는 블랙 컨슈머가 걱정될 만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환, 환불, 재배송을 무료로 쉽게 해준다.
원래는 물건을 보고 사는걸 선호했기에 아기를 낳고서야 택배 주문을 조금씩 시작하게 되었다. 살 건 많고, 들어야 할 짐은 무겁고, 기동력이 떨어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처음엔 이곳저곳 가격비교도 해보고 구매평도 꼼꼼히 들여다봤다가 지금은 사는 물건도 늘 정해져 있어서 믿고 주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쓰는 만큼 찾는 물건이 거의 대부분 있고 가격경쟁력도 오프라인과 비교불가다.
이런 게 나에게 또 뭐가 있을까?
네스프레소가 있다.
캡슐 하나에 천 원이 안 되니 하루 두 잔을 커피숍에서 주문한 아메리카노 한 잔의 반 값에 같은 퀄리티로 마실 수 있다. 사실 캡슐 구하기는 불편하다. 일반 마트에 안 팔고 홈페이지나 기타 정해진 유통체인에서만 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캡슐을 먹어봐도 대체할 수가 없다. 네스프레소는 쿠팡에 없지만 일부러 백화점을 찾아가서 산다. 유명 커피나 티 브랜드도 대부분 네스프레소 머신 호환용 캡슐을 내놓는 만큼 캡슐의 기준이 되는 것 같다.
이외에는 화장품과 가전제품 정도가 있다. 생활에서 나머지 모든 소비는 가격과 품질을 비교해보고 브랜드와 관계 없이 블라인드 테스트하듯 고른다.
나는 많이 귀찮다. 한 번 정하면 마음을 잘 바꾸지 않는다. 낚인 것이다. 요즘 자주 들락거리는 브런치도 내가 관심있는 주제의 여러가지 신간 소식을 쉽게 접하고 숨겨진 보물같은 작가를 발견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