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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이 Jun 13. 2022

컨설팅 발주하기 #1

조직인사 컨설팅 발주 팁 1/2


어라? 고작 이런 일반적인 보고서 받으려고 우리가 몇 억을 냈나?


저는 첫 커리어를 컨설팅사에서 시작했고,

현재는 기업의 인사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컨설턴트와 기업 인사담당자 양쪽의 입장에서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경험이 있다보니

입찰 과정에서 드러나는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쓰는 내용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이지만

컨설팅사와 기업

양측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내용이라서

처음으로 컨설팅 발주를 준비하는 분들께

초큼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컨설팅 보고서를 받았을 때

돈이 아깝지 않기 위한

사전 준비사항이 되었으면 합니다.


컨설팅 발주를, '사전 미팅'에서 '킥오프'까지

6개 단계로 나누어 유의할 점들을 정리했습니다.

글이 길어서 2개로 나누었고,

이후에 번외편으로 실제 회사들을 소개하겠습니다.


경영컨설팅, 특히 조직인사 컨설팅을

처음 발주하는 이들을 위한 Tip

첫 번째 글입니다.





1. 사전 미팅

메이저 회사 한 군데에 가볍게 미팅을 요청하세요.

컨설팅을 처음 발주하신다면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겁니다. 조직·인사 컨설팅 회사라는 곳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해주는 곳인지 감이 안 잡힐 수도 있고요.

컨설팅사 한 군데에 일단 사전 미팅을 요청하여 회사에서 고민 중인 문제들을 얘기하고 이런 경우 어떤 솔루션들이 가능한 건지 면대면으로 만나 가볍게 얘기를 들어보세요.

이때 티타임을 가진 컨설팅사와 계약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실 필요 없습니다. 컨설팅사도 장기적 관점의 마케팅으로 인식하고 기꺼이 미팅에 응하므로 부담 갖지 마시고 전화를 걸어 만나보세요.

경영컨설팅 서비스는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Fee를 받습니다. 비교적 단가가 낮은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벤더와 같이 여러분께 수시로 전화를 걸어 영업하는 집단이 아닙니다. 혹시라도 업체의 마케팅 전화에 질려 연락처 주고받는 걸 꺼리신다면, 경영컨설팅 회사는 그런 곳이 아니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고가의 용역 서비스인 만큼 사전에 꼭 한번 미리 만나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세요.

어쩌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회사의 문제의식이 사실은 조직인사 영역이 아니란 것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의식을 조사하려는 니즈였을 수도 있고, 리더십 진단을 원하는 것이었을 수 있습니다. 이런 특화된 용역의 경우 메이저 컨설팅사가 아니라 보다 전문화된 컨설팅사가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2. 회사 소개서 요청

5~6개 컨설팅 회사에 회사소개서를 요청하세요.

사전 미팅을 통해 궁금증도 해소하고, 컨설팅이란 걸 받을만하겠다 싶으면 이제 해당 분야 회사들을 검색하여 연락을 돌립니다. 컨설팅 발주를 계획 중인데 우선 회사 소개서부터 좀 받아봤으면 한다고. RFP(제안요청서)는 회사소개서를 받아본 후, 지명하여 발송하겠노라고.

어떤 회사들에 연락을 해야 할까요? 특별히 계획이 없다면 저는 국내사 3곳, 외국계 3곳 정도를 권장합니다. 어떤 컨설팅 회사들이 있는지 소개하는 건 다른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연락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개략적인 발주 배경을 말하긴 하겠지만, 아직은 정식으로 '우리가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이런 종류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한다'는 의중을 전달하지는 않습니다. 현재로서는 담백하게 회사소개서만 요청합니다. 회사소개서에는 컨설팅 회사의 재무상태 등등 여러 내용이 나오겠지만 다음을 우선순위로 하여 판단하시는 게 좋습니다.

1순위: 레퍼런스 - 우리회사와 동종업계에서 발주한 프로젝트들을 많이 수행해보았나? 우리회사가 발주하려는 프로젝트와 동일한 주제의 컨설팅 경험이 풍부한가?
2순위: 맨파워 - 파트너급 및 PM들의 경험이 풍부하고, 위의 1순위로 다룬 레퍼런스를 가진 사람들이 이들 중에 있는가? 즉, 상기 레퍼런스가 회사의 이력에만 축적된 것인지, 실제 그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던 컨설턴트들이 여전히 회사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인지 구분해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3순위: 수주 이력 - 컨설팅 시장에서 꾸준히 선택받고 있는가? 비딩 경쟁력이 미흡하여 최근 수주 이력이 부족하다면, 사내 현금 흐름이 원활치 않아 정규 컨설턴트를 고용하기보다 프리랜서에 의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규와 프리랜서 간 실력에 우열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세요. 간혹 프로젝트 기간 중에 개인 사정 등으로 프리랜서를 교체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작업의 연속성/안정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3. 제안요청서(RFP) 발송

'OOO 제도 도입을 검토해주길 원한다'고 과제를 구체적으로 쓰세요.

RFP에는 컨설팅을 발주하게 된 배경과 회사가 가진 문제의식을 구체적으로 담아내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저는 발주 배경만 구체적으로 쓸 게 아니라, "그래서 우리는 어떤 솔루션을 제안해주기를 원한다"라고 컨설팅사가 제안해야 할 솔루션의 방향까지도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솔루션을 써내는 건 컨설팅 회사의 몫 아닌가?"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RFP에 솔루션에 대한 방향 없이 문제의식만 적어놓고서, 컨설팅 회사가 '그 문제는 이런 식으로 해결하면 어떻겠습니까' '저 문제는 저런 방안이 어떻겠습니까' 하면서 자발적으로 specific 한 제안서를 써줄 것이라 기대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컨설팅 회사가 제안을 불성실하게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한번 역지사지로 생각해보십시오. RFP에 딱히 "이런 방향, 저런 방향으로 제안해주세요"라고 구체적 방향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면 컨설팅 회사 입장에서는 제안 PT에서 괜히 튀는 방안을 제안했다가 점수가 깎이는 모험을 할 수는 없습니다. 컨설팅 회사는 가급적이면 RFP에 담겨 있는 문제의식의 순서대로 제안서의 목차를 만들어 제출합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 "직급체계는 이게 문제예요, 승진제도는 이게 문제예요... 보상제도는 이게 문제예요"라고 RFP를 썼다면, 컨설팅사는 제안서를 "직급체계를 개선할게요, 승진제도를 개선할게요... 보상제도를 개선할게요"라고 매우 일반론적인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일반론적인 제도 개편안을 바라는 것이었다면 모를까, 나중에 프로젝트가 다 끝난 후 "어라? 고작 이런 일반적인 보고서 받으려고 우리가 몇 억을 냈나?"라고 어이없어하실지도 모릅니다. "직급체계는 수평적 문화로 몇 단계로 축소하세요, 승진제도는 승진포인트 제도 도입하세요... 보상은 직군별로 차별화하세요" 이런 흔한 이야기가 담긴 보고서를 원하시는 게 아니라면, 여러분의 회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솔루션을 검토해보고 싶은지 사전에 명확히 정하세요. 컨설팅사는 일종의 경영기술 연구조직입니다. 그들이 연구하여 제시할 수 있는 과제를 부여하세요. 예를 들어 직급체계라면 "직무급 도입 검토", 인력이라면 "OOO직군의 적정인력 검토"와 같이 말입니다. 요새 적정인력 산정은 잘 안 하는 추세지만, 업무시간이 정확히 측정되는 직군으로 범위를 축소하여 검토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봅니다.

컨설턴트들은 본인들의 지적 능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집단입니다. 그들은 색다르면서도 도전적인 과업이 주어졌을 때 몰입하면서 성취감을 갖습니다. 조직인사 분야 프로젝트 기간은 통상 3개월 정도입니다. [일반론적인 보고서를 수백 페이지] 쓰는 데에나 [구체적인 제도 도입 보고서 수십 페이지] 쓰는 데에나 똑같은 3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여러분이 최초에 어떻게 프로젝트를 구상하여 발주하느냐에 따라 3개월의 가치가 달라집니다.




경영컨설팅, 특히 조직인사 컨설팅을 

처음 발주하는 이들을 위한 Tip


* 컨설팅 발주하기 #2

https://brunch.co.kr/@haey/14


* 컨설팅 발주하기 #3

https://brunch.co.kr/@haey/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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