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에너지 분배에 대한 이론을 다루다.
요즘 나는 균형 있는 삶을 이루고 싶어서 오히려 불균형하게 살고 있다. 아침 7시에 눈을 떠서 하루 종일 일하고, 밤 1시에야 잠들며, 주말도 없이 일에 몰두하는 중이다. 내 가장 친한 친구는 이런 나를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그렇다. 내 오랜 꿈은 균형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애매하게 균형 있는 삶을 조금씩 맛보는 것은 내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지금 워라밸을 추구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당장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이미 균형 잡힌 삶을 조금씩 맛보는 단계를 충분히 지나왔고, 이제는 진정한 균형을 이루기 위해 당분간 불균형한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현대 사회는 수많은 정보와 선택지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19세기말 산업화 이후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요구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은 자연스럽게 중요하게 자리 잡았다. 이 원칙은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기 계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선택과 집중이 일상의 불균형을 궁극적으로 균형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선택과 집중이 일상의 불균형을 궁극적으로 균형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모든 것에 균등하게 에너지를 분배하려다 보면 오히려 그 무엇도 제대로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가지고 살아간다. 모든 것을 동시에 잘하려고 하면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쉽다. 이는 개인의 역량을 분산시키고, 목표에 도달하는 데 있어서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만든다.
그에 반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 가지 목표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면, 그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고 안정적인 상태로 만들어갈 수 있다. 이때의 '불균형'은 그저 임시적인 상태일 뿐, 선택한 목표를 성취하고 나면 오히려 그 이후의 균형을 더 쉽게 맞출 수 있게 된다. 즉, 지금의 불균형은 앞으로 더 큰 균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흑백요리사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안성재 셰프. 항상 존경해 오던 백종원 대표님보다도 더한 인물이었다. 요리업계는 실로 대단한 사람이 많나 싶기도 하다. 퇴근하고 늦은 1시에 피로한 몸에 자기 전 유튜브를 잠깐 틀었는데 그의 인터뷰에 충격이 참 컸었다. 나는 하루에 6시간씩 자면서 일에 몰두 중이었는데, 그분은 4시간씩 자면서 일에 몰두 중이라는 이야기였다. 순간 뭐지 싶었다.
다음은 그때 보았던 안성재셰프의 인터뷰 내용을 스크랩해 왔다.
지금 내가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젊은 시절 매우 불균형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땐 지금의 아내와 아이들이 없었고 하루 20시간씩 일하고 4시간 자고, 주말 없고 친구도 안 만나면서 미치도록 요리에만 몰두했다. 그 과정에서 지금 내 삶의 밸런스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거다.
안성재셰프와 나의 무척 비슷한 점은 전공을 늦게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늦게 시작한 만큼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는 점. 그리고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간절함이 담겨있다는 점이 있다. 나도 대학교 입학 후 3학년이 되어서야 전공을 바꾸어 24살 늦은 나이에 지금의 전공을 다루기 시작했다. 그래서 방학 때고, 밤이고 학원도 다니고 강의도 들어가며 뒤늦게 열심히 쫒기 시작했던 기억이 있다. 안성재 셰프도 30살이 넘어 늦은 나이에 그렇게 시작했었다 한다. 조급하게 시작하면 급한감에 더 간절해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나 싶기도 하다.
안성재 셰프의 사례를 보더라도, 그는 젊은 시절 일에 몰두하며 삶의 다른 부분을 일시적으로 희생했다. 주말도 없이 일하고, 친구를 만나지도 않으면서 극단적인 불균형 속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켰다. 그 결과로, 지금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안정적인 상태에서 요리사로서 성공적인 경력, 그리고 안정적인 가정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불균형한 시간들이 현재의 균형을 만들어낸 것이다.
나 또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나의 분야에서 확고한 기반을 다지고 나면, 이후에는 더 균형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은 불균형한 삶을 감수하더라도, 이것이 궁극적인 균형을 이루는 길임을 알기에 그 과정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무척 간절하다. 이는 성공을 위함이 아니다. 그저 내 미래의 삶의 밸런스를 위함이며, 이 분야에서 안정권을 만들어 놓아야 그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가능해서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서론에 다룬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선택과 집중을 위해선 일상의 대부분 시간을 온전히 일과 학업을 다루기에도 너무나 벅차다. 그러기에 안성재셰프가 주말도 없고 친구도 못 만나가며 미치도록 일에 몰두했다는 인터뷰에 격하게 공감을 했다. 다만 6-7시간씩 자고 있는 나이기에 어떻게 4시간씩 잠을 유지하셨는지 아직은 더욱 분발해야 하는가 싶기도 하다.
나는 직업을 우연찮게 잘 골랐기에 선택을 잘하였다. 그러면 다른 길 안 쳐다보고 일에 집중만 잘하면 된다는 것이 요즘 나의 생각이다. 가끔은 흔들릴 수도 있고 힘든 순간도 있겠지만 선택의 시기만큼 어려울까 싶다. 흑백요리사에 나오는 경력 셰프들은 보통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던데, 고작 사업 경력 5년 조금 넘는 내가 무슨 고비를 겪어봤다고 힘들다 생색을 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많은 전문가들은 오랜 경력을 자랑한다. 그러한 경력을 갖추기 위해선 우리는 한 가지 전문성에 집중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말 한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걱정은 그 무엇이든 시도하고 진척이 있는 다음에야 할 일이지 하기도 전에 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한 가지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하기에도 부족한 시간들이 흘러가는 현실 앞에 놓여있다.
일상에 최선을 다하자. 그러면 오랜 시간으로 다듬어진 전문성이 빛나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