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억하는 우리의 청춘
청춘은 여느 때보다 생기 넘치고 찬란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늘 기대와는 다르다. 누구나 청춘을 지나는 시절, 쌓이고 쌓인 먼지를 삼키듯 무거운 날들을 견디기도, 또는 무언가에 열광하기도 한다. 매 순간 시행착오와 실수로 얼룩진 시간들 일 수 있지만 그러한 하나하나에 기대다 보면 익숙함에 다다른다. 기억은 늘 그렇듯 미화되어 반짝이는 추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정작 그 순간의 우리는, 벅차오르는 감정에 매일매일 허우적거리며 버거운 하루를 겨우 살아냈다.
어느 날, 지금 이 순간마저도 그리워질 날이 오리라는 것을 안다. 당시의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순간들의 가치를 깨닫는 날이 올 것이다.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고단함은 언젠가 추억 속에서 빛을 발하며,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하루가 일 년이 되고 십 년이 되었을 때, 우리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아파할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무게가 쓰라리게 다가오겠지만, 그 또한 우리가 주체적으로 살아낸 것이 아니라 그저 청춘이라는 이름이 주는 아름다움 때문이리라.
청춘은 서툴고 투박하다. 때로는 자신을 위해 누군가를 속이는 순간도 있었고, 이기적인 선택 속에서 무언가를 깨닫는 날도 있었다. 진심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몸소 겪으며 배워갔다. 그렇게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청춘은 끝을 향해 나아간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걸까? 왜 불안정하고 무지하며 감정에 충실했던 그때를 그리워하는 걸까?
아마도 지금은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어른이라는 이유로 제약과 책임이 늘어난 탓이 아닐까. 우리는 더 이상 마음 가는 대로 살 수 없다. 머리로는 청춘이 고달팠던 시간을 알지만, 가슴은 그때의 불완전함 속에서 느꼈던 살아있음과 생생함을 기억한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어른이라는 이름 아래 묶인 채, 과거의 나를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청춘은 고달팠다. 그러나 그 고단함은 뒤로 밀려나며, 서서히 기억 속에서 갉아 먹히는 중이다. 나는 오늘 그 사실을 마주하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묻는다. 나는 왜 이렇게 어른이 되었을까.
서툴고 투박한 청춘, 해맑고 촌스러웠던 모습들. 그것들은 완벽하지 않았기에 더욱 빛났다. 그 시절을 온전히 살아내지 못했다고 느껴도 괜찮다. 청춘은 원래 그런 것이다. 익숙해질 무렵 또다시 실수를 반복하고, 넘어지고, 그러면서도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 결국, 그것이 우리가 사랑했던 청춘의 본질이 아닐까.
투박하고 촌스러운 청춘의 흔적들을 뒤로한 채, 우리는 이제 어른이 되어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책임을 배우고, 무거운 의무를 견디며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그렇게 진짜 어른의 모습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때로는 스스로에게 낯설고 어색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어색함 속에서, 서툴렀던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한 발짝씩 나아간다. 우리가 동경하던 어른의 모습은 단지 완벽하고 강인한 사람이 아니라, 실수를 통해 성장하고, 투박함을 품은 채 무언가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청춘의 불완전함을 지나온 우리는 이제 그 불안정함을 뒤로하고, 조금씩 자신만의 어른다움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