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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영작가 May 20. 2023

0도, 그리고 100도

힘겹게 살아가는 과정에 겪는 온도차이.

오랜만에 글을 쓴다. 정말 정신없고 오늘도 일정리에 오후까지 주말같지 않은 주말이었다.


바쁜 몇 주 소화과정에 일상에 규율들이 많이 무너졌다.

아니, 어쩌면 내가 고수해 왔던 법칙에 한계점들이 많이 보였던 한 주였을지 모른다.

바닥을 기기도, 머리끝에 올라서기도 매일의 온도는 수십 번 바뀌고 적응하는데 애를 먹는다.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이었다는 걸 알았다는 듯, 미친 듯이 바빴던 작년은 지금에 비하면 작은 파도로 느껴진다.

일은 일대로 바쁘고, 사업자들에게 죽음의 달 5월의 종소세 폭탄으로 줄줄 새는 통장을 막느냐고 머릿속은 복잡하고, 타 프로세스에 녹아드는 모든 과정이 새로움과 어색함 교차 속에 하지도 않던 실수가 수십 번 반복..


자괴감과 한탄이 있기도 전에 새벽을 맞이한다. 1시에 자서 5시에 일어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이전에는 바람이었던 습관이 현실화가 되고 과정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나약한 모습에 매일을 부딪히고 싸운다. 나약하기보다는 정말 누구를 지금 내 현실에 앉혀놔도 소화하기 힘든 토 나오는 스케줄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힘들다는 이야기는 핑계밖에 더 되지 않는다. 이 힘든 스케줄이 평범한 일상이 되는 날까지 잘 소화하고 이겨내면 그만.


또 한 번 대기업과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2년 전만 해도 꿈꾸기 힘들었을 그런 일들이 일상으로 펼쳐지고 기업 담당자들이 외주인력이 아니라 조언을 구하고 많은 소통을 하고자 하는 프로젝트 과정에 무한의 책임감을 느낀다. 많은 칭찬 속에 기업 측에서 장기적으로 파트너사 신청을 해왔다. 기쁜 마음보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발판으로 내 상호명이 많은 기업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4년을 내 고집대로 살아온 나에게 새로운 프로세스를 녹이고 있다. 문뜩 이전 회사에서 내가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뇌리 속에 자주 스쳤다. 상사들의 고집과 강행 속에 지쳐서 매일같이 힘들어하던 24살 회사원의 내 모습이 거울 속에 비치어졌다. 그땐 미처 몰랐었다. 그 과정 속에도 많은 배움과 한 단계 성장하는 길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프로답지 못한 모습과 미숙한 배움의 태도를 고치고, 생각지 못했던 오점의 내 모습 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타인의 프로세스에도 녹아들고 싶다. 완벽은 어렵겠지만 후회는 없게끔. 최선으로 후회를 지워보려 한다.


대학원을 다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언어구사력이 갈수록 늘어난다. 누구나 다 알만한 해외대기업에서 회사소개미팅을 요청해서 pr 겸 다녀왔다. 나 하나를 두고 여러 명의 견제하는 눈빛의 레이저가 쏘아지는 과정에 실수 없이 pr을 마쳤다. 어쩜 수많은 질문을 실수 없이 전부 대답하는 내 모습에 감동을 느꼈다. 대학원에서 매일 같이하는 논문발표가 영향을 많이 주었다. 바쁜 일정 소화에 대학원 네트워킹은 한 번도 참여해보질 못해서 완벽한 미꾸라지 신세로 자리 잡았다. 너무 슬픈 현실이지만 즐길 수 있는 현실이 아니기에..


잔소리가 더 많아졌다. 같이 일하는 일원들이 더 전문적이고 잘되었으면 좋겠어서, 미흡한 모습을 두 눈 뜨고 받아들이기 많이 어렵다. 다른 회사보다 잘 나가고 싶다. 그 바람이 상당히 많이 간절하다. 그래서인가 더 화도 잔소리도 많아진 몇 주였다. 그렇지만 내가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행하는 모든 일이 완벽했으면 좋겠다. 그걸로 되었다.


한번 굴러가기 시작한 사업이라는 바퀴는 2019년부터 멈출 줄 모르고 구른다. 일에 더 욕심이 생기고 성장해 가는 모습에 흥미를 느낀다. 성장에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분야에서 잘못은 받아들이고 성공적인 부분은 칭찬해 가며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싶다.


분야의 차가운 온도에 추워하기도 뜨거운 온도에 더워하기도 했다. 적정 온도라는 게 없더라. 앞으로 살아가면서 찾아야 할 일의 중간온도는 내가 하는 만큼에 달려있을 거라 생각된다.


일을 함께 해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버텨내고 있는 나 자신에게도 너무 고마운 몇 주였다. 조금만 기다리고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다. 언제나 과정은 힘드니까.


나를 믿어주시는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지금은 그게 정말 전부인 것 같다.

다음 글까지 잘 버텨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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