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으로 담아놓은 솔직한 이야기들
20대 중반, 대학교 졸업이 아쉬운 누군가라면 한 번쯤 고민했을 대학원 입학을 주제로 여러 포인트를 짚어가며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20살, 고등학생 딱지를 떼고 뭐든 시도해보고 싶던 내 20대 첫 시작의 모든 활로는 군대라는 장벽에 가로막혀있었다. 병역기피나 여느 다른 사유가 인생에 꼬리표로 붙기는 원치 않았기에 20살 제일 빠르게 군대에 입대했었다. 방법은 그뿐이었다.
26살, 평범한 4년제 국립대를 졸업하고 학사학위로 바라본 내 로망들은 모든 게 시작점이 석사학위부터였다. 심도 깊은 연구를 다루는 논문에 '논'자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분야의 높은 자리를 탐할 수 있었던가. 졸업과 동시에 대학원에 입학했다. 이 또한 방법은 그뿐이었다.
사업도 바쁜데 대학원까지는 너무 무리가 아니냐는 지인들의 만류가 잇따랐고 이는 사실이었다. 아침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땀범벅으로 젖어가며 첫 학기를 보냈다. 지쳐서 2학기가 두려울 거라는 처음 예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많은 성장이 있던 1학기였음을 인식하였고 바빠진 일상에 대응체계 강화를 먼저 이루어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이는 내가 첫 대학원 생활에 대한 만족도평가를 힘들었음에도 만점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레스토랑에서 음식이 잘 나오다가 갑자기 끊기면 식사의 흐름에 방해가 되듯이 학업에는 흐름이라는 게 있다. 가속도가 붙었을 때 이어나가는 게 효과적이며 이를 미루었을 때는 다시 연필 잡기가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각박한 현실이 매 순간 펼쳐지고 있는 것을 알지 않는가?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늦깎이 공부도 물론 훌륭한 일들이지만 때에 맞는 추진력은 이보다 더 가속력을 더한다.
24살 학부생시절에 홍익대학교 대학원 워크숍에 참여한 적 있었다. 영어로 수업하는 과정도, 교수가 외국인인 점도, 디자인을 여러 잡다한 측면을 배제하고 학문으로써 심도 깊게 다룬다는 점도, 모든 게 새로웠었다. 대학원을 가고 싶었다. 다만 취업난속 도피처로 생각하는 많은 선배들과 다르게 접근하고 싶었을 뿐이다. 일로 물들여져 가는 내 인생의 '디자인'이라는 키워드를 보다 주관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다루고 싶었고 그러기에 대학원은 너무나 당연한 선택지였다.
대학원 수업은 90%가 학생이 주가 되어 이루어지는 발표와 개인이 주장하는 가설을 잇다라 연구해야 하는 촉박함이 매 순간 다가오기에 강제로 나를 강화시켜 나가야 하는 일종의 촉진제 같은 역할이 된다. 대학원에 와서 대학생 학부수업처럼 맹꽁이처럼 듣고 멍 때리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한마디라도 더하고 더 배워가려면 그만큼 복습도, 어느 정도의 예습도 있어야 하고 어휘력을 강화시켜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해야 뜻깊은 수업시간이 되기에 사람으로서의 모든 요소를 전체적으로 강화하는데 아주 좋은 시간이라 생각된다.
석사학위를 진행하면서 무엇보다도 장시간 이야기에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매 수업을 발표만 해서 그럴까 이런 연습 아닌 연습들이 실전에서 강화되어 장점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번주 수요일, 처음으로 디자인 영역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대면 자리에 서서 작품을 평가를 진행하는 자리가 있었다. 자리에는 도청의 높은 직책의 관계자분들이 함께했고 디자인업계의 여러 담당자분들도 함께하였다. 예전 같았으면 어휘력부족으로 참 난처함을 많이 겪었을 자리가 오히려 빛나는 자리가 되어 좋은 인상을 남기게 되었고, 더 큰 대회의 심사위원으로도 위촉되었다.
이렇게 대학원은 기회에 맞대응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었다.
모든 일에 온갖 핑계가 난무하는 현실 속에 도전이라는 새싹은 콘크리트 세상 속 제일 밝게 빛난다. 시작하기도 전에 타인의 의견을 적극반영하여 도전을 망설이는 스타일은 아니기에 열망이 이끄는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그다지 무겁지 않다. 젊음을 태우는 도전에는 낭만이 있다. 그 끝이 창대할지 초라할지는 먼 훗날의 내 모습으로 평가될 것이다.
디자이너인 필자에게 석박사학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된다. 너무나 간단한 이야기로 직업이 다루고 있는 디자인이라는 분야는 누구나 흔히 훈수를 두고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공개적 범주의 일이다. 이런 바다에 나의 작업물들이 펼쳐져 평가를 받을 때, 당연 실력과 능력은 바탕이 되어야 하고 타인의 훈수를 사전에 막아낼 스펙이 필요로 하다. 그 시작점은 당연 수료학력이고 더해지는 부가요소들은 당연 가산점으로 여겨진다.
꿈꾸는 일에 힘든 것이 뭐가 중요한가. 그리고 비용이 드는 게 무엇이 겁나는가. 시도를 통해서 성장하고 얻어내는 결과물보다 힘든 게 우선적으로 고민이 된다면 그만큼 간절하지 않거나 애초에 진실된 목표가 아니지 않을까?
복수초가 스스로 열을 내어 주변의 눈을 녹여 살아갈 길을 열어내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결과를 이룰 수 있다면 남은 20대는 물론 앞으로도 폐관수련의 고된 현실을 받아들일 자신이 있다. 도전하는 모든 일들이 힘든 만큼 결과는 값지기에 성장의 변곡점 앞에 서서 대학원을 고민하는 도전가분들이 있으시다면 필자는 먼 훗날을 위한 투자라 생각하고 강행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