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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영작가 Sep 07. 2023

나는 거래처 과장님과 같이
대학원을 다닌다.

성장의 길을 닦아내시는 존경스러운 회사원분들을 보며

작년 가을즈음, 유명 음료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패키지디자인을 우연찮게 진행한 적이 있다.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기인지라 마스크를 쓰고 미팅을 했었기에 사실 클라이언트 담당자님을 기억하는 방법은 분위기와 명함에 기록되어 있는 성함이 전부였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대학원에 들어왔고, 연초 학업을 준비하랴 회사업무 정리하랴 정신없던 틈에 시작한 첫 수업 ot, 자기소개 과정에 들려온 클라이언트사 소속임을 밝히는 인사말. 당시 미팅 기억이 머리에 스치면서 담당 부서가 디자인 관련이었음이 기억이 났고, 그렇게 우측에 앉아계신 분이 몇 달 전 미팅 자리에서 뵈었던 클라이언트사 과장님을 알게 되었다. 사실 미팅자리에서 한번 뵈었기에 친분이 있다기보다는 기록상의 기억으로 남아있을 확률이 높다 생각되었고, 더하여 필자가 아는 척하지 않았다면 사실 모르시고 넘어갔을 확률이 크다고 보았다.


수업의 자리에 불편함이 있을 것 같다는 걱정보다는 업무가 아닌 다른 자리에서 뵈었기에 더욱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ot이후 필자의 일정 문제로 수강정정이 진행되면서 과장님과 같이 듣는 수업은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그렇게 정신없던 봄과 여름이 지나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하반기 수업 ot에서 또 한 번 과장님을 뵙게 되었다. 정신없던 1학기와 다르게 2학기는 나름 사업도 안정화가 이루어져 가는 시기였고 학교에도 많이 익숙해진 시기여서 그런가 교수님도 과장님도 반갑게 느껴졌다. 


1학기 ot에서 잠깐 뵈었던 교수님은 한순간의 시선으로도 매우 훌륭하신 분임을 느꼈었는데, 실로 수업을 들어보니 첫 느낌이 맞았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평상시에도 배움이 너무 고픈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 나에게 교수님이 칠판에 써 내려가는 많은 정보들은 평상시에도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던 과목의 내용이기에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하였고, 나아가 하반기가 너무 기대되는 가슴 뛰는 순간이었다. 

과정에 함께 수업을 듣고 의논하는 모든 분들이 분야에 공통점을 가지고 최선으로 학습하시는 존경스러운 분들이라는 점과 그분들 중에 고객사 과장님도 있다는 건 새롭기도 하고 한편으로 다양하게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필자는 매 순간 대학원의 모든 수업과정에 열광한다. 대학생 때 창업으로 인해 학사과정을 놓친 부분도 있어서도 있지만 유능하신 교수님들의 연륜 높은 경험에서 나오는 시선의 모든 말들이 얼마나 멋있게 느껴지는지 따라가기 바쁜 현실 속에 좋은 기운만 받는다. 그런 기운으로 수업에 임해서 그럴까 뭐든 달갑기만 한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과장님은 올해 논문투고를 준비하시고 졸업을 곧 앞두신 선배님이다. 그와 동시에 가정을 끌고 있는 한 가정의 어머니이시며, 바쁜 직장생활 와중에도 학업을 놓치지 않는 열정으로 동기부여를 주시는 고마운 분이시기도 하다. 디자인과 마케팅처럼,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를 직업으로 삼는 전문가들은 매 순간을 학습으로 가다듬어야 한다. 분야를 놓고 매 순간 전쟁 같은 자기 계발이 이루어지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전문가들이 치고 나아가는 적나라한 약육강식의 세계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들 위에서 가르침을 통해 끌고 계신 교수님과 직장의 임원진분들이 보유한 경험과 역량 또한 무수한 세월의 반복적 학습과정이 만들어낸 하나의 영향력이 갖춰진 강력한 무기이기에, 이런 생태계에서 함께 머물고 있는 자체로도 많은 학습과 원동력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먼 훗날 이렇게 대학원에서 뵈었던 분들을 실무 환경에서 만난다면 반가운 것은 물론 과정을 엮어서 가다듬어낸 성장의 모습이 궁금하다. 그리고 나 또한 겪고 있는 학습의 많은 과정들이 쓸만한 무기가 되어 잘 활용하고 있는 숙련된 능력자로 마주하길 바라며, 그땐 더욱 쓸모 있는 사람으로 곁에 자리하게끔 노력으로 증명해야지 싶다. 


직장이라는 바쁜 현실에도 배움을 놓지 않는 모든 분들을 존경한다. 많은 핑계로 배움을 게을리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기에 이분들이 더욱 빛난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공통의 분모로 학습하는 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주변사람들에게 학습의 길을 권하기도 한다. 시작이 미흡하고 초라함은 분명할 테고 학습으로 지출되는 비용과 시간이 힘들겠지만 그 결과는 후회 없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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