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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영작가 Oct 15. 2023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는
일정의 시간이 걸린다

sehen braucht zeit

sehen braucht zeit


"무언가를 보기 위해선 시간이 걸린다."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유명한 독일의 작가가 남긴 명언이다. 


개성과 주장이 강한 디자인업계에서 대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많은 경험과 시간이 필요로 한 일이다. 대부분 첫 실수로 너무 주관적을 대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결과를 내면서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필자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누구보다 간절하게 안목을 키우는 데에 진심이기도 하다. 


근래 유능한 디자이너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보는 안목에 대한 강조와 경험을 어떻게 경력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 같은 시간도 어떻게 분배해 나가는지가 중요하다는 여러 이야기들을 듣고 새기면서 어떤 직군이든지 간에 명확하고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배웠다. 급하게 이루려 하는 만큼 튼튼하지 않은 바닥으로 인해 기반이 무너질 확률이 크기 다는 것을 누구나 알기에 이번 배움의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급해지려 하는 마음을 고쳐 잡고 나아가고자 하였다.


본 글에는 얼마 전 브랜딩을 주제로 한 대학교 강의를 마치고 QnA 시간 중 세 가지 질문이 기억에 남았던 내용들을 담았다. 강연을 하면서 어떤 질문이 들어올지 대충 예측하였지만 예측을 벗어난 질문도 몇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질문들을 심도 깊게 생각하면 또 다른 개선점과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1. 디자이너인데 어떤 툴을 다뤄야 하고 뭘 배워야 할지 감이 잘 안 온다는 내용의 질문

2. 동기부여가 아직 남아있고 내면에 원동력이 잘 유지가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

3. ai기반의 산업체제가 디자인 업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는 질문


즉흥적으로 내면의 여러 생각들을 담아 답변을 하였으나 한 번 더 생각을 정리하고 글에 다시 한번 답변한다는 생각으로 써 내려가보았다. 


디자이너인데 어떤 툴을 다뤄야 하고 뭘 배워야 할까?


이 질문에는 프로그램을 배우겠다는 우선적 접근은 틀리다. 위 질문은 마치 통역사가 되고 싶은데 어떤 언어부터 배울까요?라고 묻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개개인마다 잘하는 언어가 분명 있을 테고, 목표 또한 있을 테며, 이루어내고 싶은 그림이 분명 있을 텐데 주요 핵심을 빼고 과정의 부속품을 중점적으로 질문한다면 사실 답변하기가 참 어려운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시각 디자이너는 시각적인 자료의 통계 평균에서 합목적성과 심미성을 올바르게 이끌어내는 최정상의 결과물을 바라보는 유능한 안목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답변을 했었다. 이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한다. 


브랜드를 다루는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광팬들, 브랜드 실무담당자들보다도 더욱 현실적이고 방향을 제안해 줄 수 있는 많은 빅데이터를 내면에 정리해놓아야 하며, 그에 따라 보는 눈도 무척 높고 날카로워야 한다. 요즘 같은 3d, 영상, ai기반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나와있을 때일수록 기술력에 눈이 멀어 흔들리지 않고 디자이너의 본질을 깨우치고 배경지식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생각된다. 그 안목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 스스로 판단될 때 기술력을 갖춘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몇 개월 몇 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부분 이 질문에 답변으로 많이 경험해 보라 하는 추상적인 이야기들이 있는데 많은 경험이 아니라 명확히 보는 관점을 갖추기 위한 데이터를 모아야 하고 이를 얻기 위한 여정의 과정들을 밟아나가야 하는 게 맞는 말이라 생각된다. 



어느덧 5년 차 디자이너이자 3년 차 사업가로서 나는 동기부여가 아직 남아있는가?


애초에 매 순간 동기부여가 필요로 한 직업이었다면 나는 이 직업군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하여 원동력은 매 순간 삶의 변화에 맞추어 바뀌는 편이며, 추진력이 필요로 한 터닝포인트에서만 스스로에게 적절히 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동기부여는 없고 원동력은 일정치 않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매년 매 순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배움에 대한 열망과 성장에 대한 간절함이란 것은 확실하다. 


한번 살아가는 인생이기에 누구보다 값지게 살고 싶고 그 과정에는 한 부모의 자식으로는 최고의 자랑거리이자 선물로, 지인으로는 늘 도움이 되는 좋은 사람으로, 클라이언트에겐 많은 지식정보를 전달하여 도움이 되는 디자인 전문가를 넘어선 유능한 파트너로 자리하고 싶다. 매일 이 생각을 하고 살아가다 보면 원동력이나 동기부여가 없어도 살아지고 현실적인 흐름에 맞추어 개선점을 찾기 시작하면 앞으로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기에 행동에 이유가 필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더하여 이야기한 내용으로는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하는 강점의 주제였다. 나의 단점은 수두룩하지만 강점은 보다 현실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고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엔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통이 잇다라야 한다. 늘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아가고자 하는 진로와 방향에는 세상의 주인공이 내가 아님을 직시하고 그만큼의 노력을 쏟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열정이 넘치는 많은 유능한 사람을 곁에 두면 나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변해간다고 이야기하였다.



Ai기반의 산업체제가 디자인업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하여


인공지능 기반의 발전을 막연히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이유는 없다. 손이 많이 가는 직업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늘 사라져 대체제가 자리를 해왔었고 과정에 기술력 발전에 따라 디자인업계에도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내용의 대답엔 1번 질문의 대답이 연계되어야 하는데, 답변으로는 Ai를 잘 활용하는 전문가로 자리를 잡는 것이 현실이고 나 또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직업이 평생 가진 않는다. 


필요 유무에 따라 디자이너든 일러스트레이터든 개발자든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기에 매 순간 흐름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한 가지 일만 잘한다고 많은 성장이 일어나는 세대가 아니다. 운도 따라야 하고 즉흥적인 판단도 잘 내려야 하며, 다분야 자기계발을 통해 늘 대처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할 것이다. '나'라는 대상이 회사나 타 집단의 그늘에서 벗어나도 자립을 할 수 있는가에 대답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0월은 여러 가지 일들을 거치면서 많은 발전도 이루고 깊은 생각도 잦게 하는 시기인 것 같다. 가을은 책 읽기 좋은 계절이라 하지만 책 읽을 여유가 없다면 그동안 못해왔던 생각정리, 내가 삶의 어디쯤에 도달해 있는가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은 것 같다. 2023년은 유독 빠르게 흘러간다고들 주변에서 말한다. 그만큼 다들 열심히 살고 있다는 뜻이다. 저마다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달리는 23년이었던 만큼 다가올 24년에 무언가 꽃 피우고자 한다면 내면의 생각정리와 목표를 위한 노력 설계가 너무나 중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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