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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영작가 Oct 23. 2023

짧은 여행 속 공존하는
매력적인 인사이트 스케치

일요일 하루를 이용한 시각 능력 향상

일요일을 오랜만에 지인들과 외출 겸 오래간만에 조그만 카메라 하나 집어 들고 이태원과 한남동을 다녀왔다. 바쁜 시기임에도 시간을 소비한 외출을 선택하는 것은, 고정관념에 박혀있을 내면의 수학공식 같은 내 디자인프로세스들에 익힘책 한 권이라도 선물하기 위한 마음이었다. 인사이트를 담기에는 작은 카메라하나면 충분하다.


디자이너의 여행은 쉬기 위해 일상을 떠나는 발걸음이 아니라 단어 그대로 '나그네 여', '다닐 행'의 의미를 담는다. 목적지가 없어도 좋다. 나그네처럼 이곳저곳 걸어 다니면서 많은 정보를 얻으면 된다. 이 이야기에는 그러면 언제 쉬냐는 질문이 분명 쏟아질 것이다. 우리는 쉼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의 표현으로는 '여행'이 아니라 '휴식'이라는 다른 단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일을 즐기는 사람들은 '여행'과 '휴식'의 의미를 동일선상에 두지 않는 편이라 한다. 필자는 오랜만에 여행한 한남동의 여러 이목을 끌었던 시선들을 글에 담고자 하였다.

지기구조 위에 올려져 있는 패키지 목업의 포스터

독특한 패키지디자인의 목업형태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매장 안 삼성 더 세로 디스플레이 속 눈길을 끄는 화면이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필자도 얼마 전 저 형태의 우유패키지디자인을 진행했었는데 단 한 번도 지기구조 칼선에 목업이미지를 얹어보겠다는 생각을 해보질 못했었다. 매번 이쁜 배경에 얹혔던 목업만 추구하던 디자이너에게 신박한 방법을 제안하는 것 같지 않은가? 현대카드 브랜드만의 폰트와의 조화는 더욱 안정적이기도 하고 활용된 패키지디자인의 컬러도 색이 약한 편으로 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차후의 패키지디자인 시안에 접목하기 좋은 제안 시안의 형태이다.


카페일까 향수 판매점일까?, 작은 카페지만 매력적인 패키징 눈길을 끈다.

매력적인 인테리어의 카페 포스터 


매장의 간판도, 스타일링 인테리어도 그 어느 것보다 포스터가 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았다. 단지 포스터 한 장면으로 그럴싸한 분위기를 갖춘 이곳은 평범한 음료 전문점과 다르게 브랜드의 주력인 식물성 발효주정 원료로 만든 스페이스 퍼퓸을 같이 판매한다. 브랜드 오너의 욕심과 재능이 한 공간에 무척이나 많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이니지가 없는 가게는 위치가 중요하다.

사이니지가 없으면 고객이 사이니지..?


막연하게 간판 없는 가게가 트렌드라고 이를 따라 해서는 안된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곳이 카페임을 알려주는 이곳은 간판을 떠나 어떤 공간인지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알기 힘들 수 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커피를 들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서야 커피숍임을 알 수 있는 이 옛 건물은 앤트러사이트 한남점이다. 가게 이름을 몰라서 한참을 찾았다. 간판 없는 가게.. 과연 매력의 선택지일까?


녹슨 컨셉으로 치장되어 있는 르라보매장의 에어컨

무슨 컨셉이에요?


르라보 매장에서 직원분께 여쭈어보았다. 물론 빈티지한 분위기를 담은 매장임은 방문자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필자는 분명 컨셉을 물어보았는데 직원의 대답은 빈티지한 인테리어라고 대답해 주셨다. 르라보 브랜드는 조향사들의 실험실 분위기를 브랜드 전반적인 이미지로 채택하여 오프라인매장에서도 그 분위기를 가져오기 위해 많은 부분들을 실험실분위기의 빈티지 인테리어로 갖추고 있다. 


르라보 매장의 제품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이솝브랜드나 논픽션, 탬버린즈등의 브랜드와 다르게 너저분한 세면대를 인테리어로 채택하여 전체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문뜩 직원들의 브랜드 애착심을 강요하는 그랑핸드가 떠올랐다. 이곳이 그랑핸드였다면 컨셉을 물어보는 질문에 브랜드 히스토리를 담은 장문의 대답이 흘러나왔을지 모른다. 컨셉의 질문에 분위기 키워드로 답변받은 상황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파란색 포인트와 벽돌의 조화

블루 포인트와 벽돌의 조합


블루계열 디자인을 선호하지 않는 필자의 카메라에 지금의 시선이 담겼다는 것은 그만큼 충분한 매력이 발산되고 있었다는 반증이 아니었을까? 벽돌의 카페, 블루포인트의 브랜드디자인, 하단의 초록식물들, 흰색의 인테리어 의자들은 잠깐 해외에 온듯한 분위기를 내기에 충분한 인테리어 요소들인 것 같았다. 더하여 앉아계신 외국인 분들로 무드의 완성이 이루어진 걸까? 이곳이 이태원 주변이었음을 알게 해 준다.

브랜드들의 포스터 부착방법

거리거리에 펼쳐져있는 목업소스들


아직도 남들이 만들어 놓은 디자인 목업소스를 사용하는가? 진정한 디자이너라면 본인이 촬영한 한 장면에 자신이 작업한 브랜드를 녹여내어 결과물을 내는 멀티플레이어여야 하지 않을까? 이런 멀티플레이어들을 위한 소스들이 한남동 골목골목에 펼쳐져있다. 브랜드 관계자분들이 핀터레스트에서 영감을 많이 받으시는 걸까, 다들 비슷한 느낌으로 부착해 놓은 이 포스터들을 보면서 잠깐 트렌디한 브랜드 세상에 들어온 게 아닌가 착각을 하게 된다.

논픽션 한남의 화단에는 많은 꽃이 피었다.

논픽션의 화단을 본 적이 있는가?


화단의 이야기에 앞서 한남동의 가게들 입구에는 사진과 같이 애견물그릇들이 놓여있다. 견주들이 많은 한남동의 특색을 알기에 경험의 보완요소로 채택을 할 것일까, 찾아도 나오지 않는 이 물그릇의 정체를 아시는 분이 있다면 답변해 주셨으면 좋겠다. 


논픽션의 벽돌 화단의 식물 조화는 자연의 차분함과 따뜻함을 둘 다 담고자 함이 드러난다. 계절에 제일 어울리는 채색의 꽃들과 식물들로 가꾸어져 있다 하는데 한남점은 다른 지점들보다 유독 잡초 같아 보이는 식물들이 많았다. 다른 지점처럼 따뜻한 분위기의 갈색 벽돌과 정돈되어 있는 화단으로 돌아가기엔 이미 멀리 온 것일까. 여름과 다르게 꽃들이 이쁘게 피어있는 논픽션 화단은 가을에 제일 이쁜 컬러감을 자랑한다.


벽돌과 주황색은 완벽한 조합일까?

베이커리 카페를 주제로 한 벽돌과 주황색 디자인


아늑한 분위기와 맛있는 무언가가 나올 것 같은 이 인테리어의 카페는 주황색의 모든 게 다 시선을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가게의 조명 색온도를 4000k 이하로 활용할 때 꾸며지는 노란 분위기는 음식이 내어지는 장소에서 빛을 발한다. 오렌지 스타일링과 조명컬러값, 창문너머의 벽돌과 매장의 벽돌 인테리어는 완벽한 선택인 것 같다. 커피 한잔에 잠깐의 일상을 잊고 해외에서 수다를 떨고 오기 좋은 곳이다. 


매력적인 오렌지 스타일링 그리고 로고디자인

로고디자인 폰트만 쓰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같이 걷던 디자이너가 물었다. 현재 트렌드인 로고디자인을 타이포만 사용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다만 현재 브랜드에서 로고의 기능이 무엇일까를 심도 깊게 생각해 보고, 내 브랜드 또는 내가 다듬어야 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그리고 그 역할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 보면 미니멀과 맥시멈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지 않을까? 별다른 심볼이 없어도 소비자를 이끌어내는 브랜드가 있고 매력적인 심볼을 담은 로고디자인을 갖춰도 소비자의 발걸음이 끊기는 브랜드도 있다. 브랜드는 브랜드 오너 하기 나름이다. 디자이너가 심볼 하나 더 기획해서 갖추어주었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다만 심볼이 명확한 브랜드 컨셉을 표현하기 위한 필수 수단이라면 타이포만 쓰는 선택지를 논하지 않을 것이다. 


오래간만에 여행 속 신나는 분위기에 웃으면서 '여기는 브랜드거리인가?'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 브랜드거리 대로변에 자리하고 있는 제일기획과 샘파트너스 회사건물을 보면서 이곳 디자이너들은 매일의 일상을 이런 풍경에서 시작하기에 조금 더 특별한 컨셉 포인트를 끄집어낼 수 있는 걸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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